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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소동파의 시 2편 [조선/ 2021.08.09]

설지선 2021. 8. 9. 09:22

[최영미의 어떤 시] 소동파의 시 2편 [조선/ 2021.08.09]



     

     

    서림사의 벽에 쓴 시 (題西林壁)

     

    가로로 보면 산줄기, 옆으로 보면 봉우리

    멀리서 가까이서 높은 데서 낮은 데서

    보는 곳에 따라서 각기 다른 그 모습.

    여산(廬山)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건

    이 몸이 이 산속에 있는 탓이리.

     

     

    *금산사에 걸린 내 초상화에 쓴 시 (自題金山畫像)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같이 식었고

    육신은 매이지 않은 배처럼 자유롭네

    너의 평생 공적이 무엇이더냐?

    황주 혜주 그리고 담주뿐이네.

     

    - 소동파 (蘇東波, 蘇軾·1037∼1101)

     

    (류종목 옮김)

 

 

한 줄로 붙인 ‘황주혜주담주’,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생을 정리하다니. 싸늘한 재가 되기까지 얼마나 뜨거운 파란만장을 겪었나. 황제가 시행하는 시험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갔던 소식은 왕안석을 비롯한 신법파의 모함을 받아 황주에서 4년, 아열대 지방 혜주와 담주에서 5년 반 유배 생활을 했다. 살기가 곤궁해지자 버려진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었는데 그 땅이 황주성 동쪽에 있어 스스로 동파거사(東坡居士)라 했다.

쓸쓸함을 넘어 동파의 시에는 삶의 기쁨이 있다. “4월 11일에 처음 여지를 먹으며” “채소를 캐어 먹으며”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열대 과일 여지에 대한 시가 3편. “입을 위해 세상을 두루 다녔는데”라고 토로했듯이 그는 미식가,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지식인이었다.

여산을 구경한 뒤 서림사의 벽에 쓴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건 내가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 유배되어 밖에 있었기에 도달한 이치가 아닐까.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題西林壁 (시 원문)

     

    橫看成嶺側成峯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 自題金山畫像 (시 원문)

     

    心似旣灰之木(심사기회지목)

    身如不繫之舟(신여불계지주)

    問汝平生功業(문여평생공업)

    黃州惠州儋州(황주혜주담주)

     

    - 소동파(蘇東波 103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