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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퓌티아 찬가(Pythian) 8번 - 핀다로스 (기원전 518∼438) [조선/ 2021.08.02]

설지선 2021. 8. 2. 09:04

[최영미의 어떤 시] 퓌티아 찬가(Pythian) 8번 - 핀다로스 (기원전 518∼438) [조선/ 2021.08.02]

 

    /일러스트=양진경

     

    퓌티아 찬가(Pythian) 8번 - 핀다로스 (기원전 518∼438)

     

    (…) 마라톤의 구석에서도,

    고향 땅 헤라의 경기에서도 능력으로

    아리스토메네스여, 삼관왕이었다

    너는 상대방 네 명의 몸 위에

    사나운 마음으로 몸을 던졌다(…)

    하루살이여,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그림자의 꿈, 그것은 인간.

    신이 허락한 영광이 다가오면

    인간들은 밝은 빛과 부드러운 세월을 누린다

    사랑하는 조국 아이기나여 (…)

     

    (김남우 옮김)

 

핀다로스는 테베 출신의 그리스 시인. 퓌티아 찬가 8번은 기원전 446년 퓌티아 경기의 레슬링에서 우승한 아이기나 출신 아리스토메네스를 위해 지은 노래. 그가 귀환할 때 고향에서 불렀던 승리의 합창이다. 퓌티아 경기는 올림픽이 열린 2년 뒤에 아폴로의 신전이 있는 델포이에서 열렸고 여성들도 참가가 가능했다. 운동뿐만 아니라 시와 그림을 다투는 시합이 있어 예술가들이 모여 솜씨를 겨루었다.

하루를 사는 것들, 그것은 인간. 핀다로스의 시는 난해해 교양 귀족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스무 살의 그는 테살리아를 지배하는 가문을 위해 승리의 찬가를 지었고, 델포이에서 전차 경기 우승자인 시칠리아의 왕자를 만나 우정을 쌓았다.

우승자만 아니라 그의 가문과 도시를 찬양했던 그의 시는 인간에게 충실하며 정치적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이념을 보여준다.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가. 이긴 자는 영광을 누리지만 곧 사라질 운명. 그래서 더 우리는 싱싱한 육체의 향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