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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김수호-문화새나시/유희경♣시 : 선

[유희경의 시:선] 멋진 위로 - 이문재 [문화/ 2021-06-23]

설지선 2021. 8. 11. 20:13

[유희경의 시:선] 멋진 위로 - 이문재 [문화/ 2021-06-23]





    멋진 위로 - 이문재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 이문재, 오래 만진 슬픔(시집 ‘혼자의 넓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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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묻는다. 요즘 좀 어때?

그를 위해 커피를 내리던 나는 울적해지고 만다. 자주 받는 질문이다. 어떻게 답해야 하나 망설이게 되는 질문이다.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는데, 앓는 소리는 오죽할까. 그럼에도 결국 같은 대답을 내놓게 되는 질문이다. ‘내일은 낫겠지’ 하는 마음이 낙이고 위로일진대, 친구가 말한 “요즘”은 기대도 없이 걱정뿐이다. 어찌 나만 그렇겠어. 내 몫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희소식 좀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힘들다고 답하면 친구도 한숨을 짓겠지. 굳이 어려운 사정을 전할 필요가 있을까.

뜻밖에 침묵이 길어지자, 친구는 서점을 휘- 둘러보다가 중얼거린다. 이런저런 일 쌓여서 결국 괜찮아지는 거 아니겠니. 지나고 나면 웃으며 기억할 수 있을 거야. 퍼뜩 눈앞이 환해진다. 그러게. 나쁜 일도 쌓이면 경험이 되고, 언젠가는, ‘그럴 때도 있었지’ 하고 위안 삼는 그런 때도 찾아오리라. 이러다가 작은 좋음이라도 생기면, 크게 기쁘겠지. 새삼 낯이 밝아졌나 보다. 친구의 얼굴에 근사한 미소가 어려 있다. 오늘치 부침과 함께 친구의 미소를 마음속 주머니에 담아두기로 한다. 언제든 함께 꺼내볼 수 있도록. [윤희경 시인·시집서점 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