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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음주(飮酒) (제9수) - 도연명(陶淵明 365∼427) [조선/ 2021.07.12]

설지선 2021. 7. 12. 09:28

[최영미의 어떤 시] 음주(飮酒) (제9수) - 도연명(陶淵明 365∼427) [조선/ 2021.07.12]


 

    /일러스트=양진경


     

    음주(飮酒) (제9수) - 도연명(陶淵明 365∼427)

     

    아침에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허겁지겁 옷 뒤집어 입고 나가 문을 열어

    그대 누구인가 묻는 내 앞에

    얼굴 가득 웃음 띤 농부가 서 있다

    술단지 들고 멀리서 인사 왔다 하며

    세상을 등지고 사는 나를 나무란다

    남루한 차림 초가집 처마 밑에 사는 꼴은

    고아한 생활이라 할 수 없노라고

    온 세상 사람 모두 같이 어울리거늘

    그대도 함께 흙탕물을 튀기시구려

    노인장의 말에 깊이 느끼는 바 있으나

    본시 타고난 기질이 남과 어울리지 못해

    (중략) 술이나 마시고 즐깁시다

    나의 길은 되돌릴 수 없겠노라

     

    (장기근이 옮긴 시를 발췌함)

 

 

묻고 답하는 내용이 굴원(屈原)의 ‘어부사'를 연상시킨다. 세상은 혼탁한데 나 혼자 깨끗함을 자랑하는 굴원에게 사람들이 혼탁하다면 진흙을 휘저어 물결을 일으키라고 충고한 어부. “사람들은 취해 있고 나 혼자 깨어있다”고 말한 굴원과 달리 “술이나 마시고 즐기자”는 도연명. 친구들 웃음거리로나 삼고자 한다며 음주 시 20수를 지었다.

도연명에겐 세상과 자신을 웃어넘기는 여유가 있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문 두드리는 소리에 옷을 뒤집어 입고 나가나? 벼슬에 나갔다 은퇴하기를 반복하다 “굶어 죽어도 본성에 어긋나는 벼슬살이 못하겠다”며 41세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짓고 고향으로 돌아온 시인. “마음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었다”는 귀거래의 탄식은 잊히지 않으리. 부유해도 가난해도 마음은 육체의 노예. 농사를 지어 5명의 아들을 부양하며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다 62세에 죽은 도연명.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음주 (飮酒) (제9수 시 전문) - 도연명(陶淵明 365∼427)

     

    맑은 아침에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허겁지겁 옷 뒤집어 입고 나가 문을 열어

    그대 누구인가 묻는 내 앞에

    얼굴 가득 웃음 띤 농부가 서있다

    술단지 들고 멀리서 인사 왔다 하며

    세상을 등지고 사는 나를 나무란다

    남루한 차림 초가집 처마 밑에 사는 꼴은

    고아한 생활이라 할 수 없노라고

    온 세상 사람 모두 같이 어울리기 좋아하거늘

    그대도 함께 흙탕물을 튀기시구려

    노인장의 말에 깊이 느끼는 바 있으나

    본시 타고난 기질이 남과 어울리지 못하노라

    말고삐 틀고 옆길로 새는 법 배울 수도 있으나

    본성을 어기는 일이니, 어찌 미망(迷忘)이 아니리요?

    자, 이제 함께 가지고 온 술이나 마시고 즐깁시다

    나의 길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겠노라

     

    (장기근 옮김)

     

    飮酒 -其九

     

    1. 清晨聞叩門 倒棠往自開 청신문고문 도상왕자개

    2. 問子為誰與 田父有好懷 문자위수여 전부유호회

    3. 壺漿遠見候 疑我與時乖 호장원견후 의아여시괴

    4. 襤縷茅簷下 未足爲高栖 남루모첨하 미족위고서

    5. 一世皆尙同 願君汩其泥 일세개상동 원군골기니

    6. 深感父老言 稟氣寡所諧 심감부로언 품기과소해

    7. 紆轡誠可學 違己詎非迷 우비성가학 위기거비미

    8. 且共歡此飮 吾駕不可回 차공환차음 오가불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