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도덕 다 갖춰야 '나라다운 나라' 된다
'국가의 철학' 펴낸 윤평중 교수 - 이선민 선임기자 [조선/ 2018.01.30]
마키아벨리와 안중근 재해석"남북 간 '국가이성' 통합 불가능… 북핵 위협 시대, 민족보다는 국가"
"우리 국민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기억 때문에 국가에 대해 피해의식이 있다. 하지만 개인과 공동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국가는 여전히 중요하다. 부정적 유산은 덜어내야 하지만 목욕물과 함께 아이까지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정치철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윤평중(62) 한신대 교수가 국가의 본질과 현재적 의미를 따지는 '국가의 철학'(세창출판사)을 펴냈다. 국가에 대한 이론적·역사적 논의와 함께 한국 사회, 한·일, 한·중 관계, 남북한 문제 등 우리가 당면한 중요 과제를 짚고 있다.
▲ 윤평중 교수는“국가 수호를 평화원리주의에 종속시킨 지도자들이 불러들인 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항상 민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그는 동아시아에서 '변증법적 국가이성'의 모델이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라고 본다. 국가지상주의에 입각해 이웃 나라들을 지배하려 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와 달리 안중근은 한·중·일 상호 인정과 호혜 평등으로 번영하는 동아시아를 꿈꾸었다. 오늘날 일본은 아직도 메이지 시대의 패권주의적 국가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은 전근대적인 중화중심주의적 국가이성이 범람하고 국권 앞에 민권이 질식 상태다. 윤 교수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삼국 관계를 재정립할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문제는 '변증법적 국가이성'의 관점에서 조명할 때 명암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남한이 국가이성의 발전 과정을 착실히 밟아온 것과 달리 북한은 국가이성을 김일성 일가(一家)가 사유화함으로써 공공성이 무너졌고 반(反)국가적, 반인민적 유일 지배체제가 성립됐다. 자신을 남북한 사이의 '경계인'으로 규정한 철학자 송두율의 지적 실험은 이런 북한 현실에 눈감음으로써 파산했다. 윤 교수는 "북한의 수령 중심 국가이성과 남한의 변증법적 국가이성의 통합은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로 대한민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선 민족보다 국가를 앞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라다운 나라'는 외침이나 내란에 의해 흔들리는 허약한 국가로는 만들 수 없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지키는 지혜는 로마에서 배울 수 있다. 강력한 시민군이 번영의 물리적 기초가 됐던 것이다. 반면 아테네는 포퓰리즘에 빠져 군사적 판단을 그르쳐 스스로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윤 교수는 "힘과 도덕이 결합돼야 제대로 된 국가"라며 "시민들의 나라인 공화정은 시민들이 단호하게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철학'은 2016년 출간된 '시장의 철학'에 이어 윤 교수가 구상하고 있는 정치철학 3부작의 두 번째 저서. 윤평중 교수는 "정년까지 '시민사회의 철학'을 저술해 현대 사회구성체의 세 요소를 철학적으로 구명하는 작업을 매듭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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