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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임금' 왜 발생할까] -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선/ 2018.01.29]

설지선 2018. 1. 29. 12:54

정규·비정규직 임금 격차 186만원?… 실제 차이는 16만원

['서로 다른 임금' 왜 발생할까] -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선/ 2018.01.29]

근로시간·교육 수준·경력 등 노동시장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임금 격차 나타나
정당한 차이 아닌 이유없는 차별 원인 파악해 정책적 해결 필요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과 선택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서로 다른 직종에서 일하게 됩니다. 노동의 대가로는 임금을 받지요. 서로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임금 수준에도 격차가 나타납니다. 임금이 차이나는 것 자체를 비정상적이거나 도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런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당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차이'인지 또는 불공정한 '차별'인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근로시간, 경력, 회사 규모 등이 임금 격차 빚어

근로자의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소정 근로시간'을 들 수 있습니다.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일하기로 약속한 근로시간을 의미합니다. 누군가는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하고, 누군가는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4시간씩 주6일 근무하는 등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요. 더 긴 시간 일하는 근로자가 더 많은 양의 업무를 하게 되므로 월급도 더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 약속한 근로시간을 넘겨 야근을 자주 한 경우 '칼퇴근'하는 근로자보다 월급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임금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근로자의 지식, 기술, 능력이 향상되므로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경력도 임금에 영향을 줍니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할수록 숙련도와 전문성이 높아져 임금이 오르게 됩니다.

일하는 회사의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덩치가 커지면 임금도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품 생산량이 늘수록 단위 생산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한 회사에서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면 생산 비용이 줄어드는 '범위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생산 비용은 줄고 수익이 늘어나면 근로자도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되겠지요. 이 외에도 어떤 업계에서 일하는가, 그 업계의 최근 비즈니스 환경은 어떤가, 혹은 근무 형태(격일제·교대근무 등)와 노조 가입 여부 등에 따라 임금은 달라집니다.

국내 산업의 비정규직 비중 연도별 추이 외
▲ 그래픽=김현국
이처럼 매우 다양한 요인이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칩니다. 임금에 차이가 발생하는 요인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등 서로 다른 집단 간의 표면적인 임금 차이를 모두 임금 차별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 방식입니다.

요새 이슈가 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현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 자료를 분석해봤더니 정규직 남성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76만7000원이었습니다. 반면 비정규직 남성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90만3000원이었지요. 표면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의 임금 격차는 186만4000원에 달합니다. 일각에서는 이 숫자만 보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며 "이것은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유 없는 차별인지, 정당한 차이인지 구분해야"

하지만 186만4000원의 임금 격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유 없는 '차별'뿐 아니라 근로시간, 교육 수준, 경력 연수 등 여러 요인에 따른 정당한 '차이'에서 비롯된 부분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 실태 조사 자료를 활용해 임금 격차에 영향을 준 경제학적 요인을 분석해봤습니다. 2016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는 186만4000원이었지만, 이 가운데 170만4000원(91.4%)은 근로자의 속성에 따른 '차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8.6%에 해당하는 16만원이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임금 격차라 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결정 짓는 가장 큰 요인은 경력의 차이입니다. 경력 연수에 따른 임금 차이가 총임금 격차의 5분의 1인 38만원을 차지합니다.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경력이 비정규직의 경력보다 길기 때문에 정규직 임금 수준이 더 높았던 것입니다.

경력 연수 외에 임금 차이를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는 사업체 규모(16.6%), 직업군(14.1%), 교육 수준(12.9%), 소정 근로시간(12.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대부분은 근로자 개인의 인적 자본과 근무지, 교육 수준 등의 특성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차이에서 기인하지 않는, 즉 설명할 수 없는 임금 격차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가운데 16만원(8.6%)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같은 회사에서 같은 기간,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도 정규직에 비해 월 16만원 덜 받는다는 뜻입니다.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차별적 임금 격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전체(186만4000원)를 임금 차별이라고 단정 짓고 있지만, 분석 결과 실질적인 임금 차별은 10분의 1 이하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임금 차별 수준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근로자들끼리 임금이 서로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그중 '차별' 때문에 빚어지는 임금 격차는 얼마나 되는지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완화하려는 노력은 물론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먼저 임금 격차의 원인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정책적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요컨대 임금 격차에서 근로자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른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적인 요인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역차별' 현상]

광업·운수·건설업은 정규직이 더 높아


어떤 산업군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임금 격차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2016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살펴봤더니, 실질적인 임금 격차가 가장 작은 산업(남성 기준)은 제조업 분야였습니다. 이 분야의 정규직·비정규직 간 총 임금 격차는 169만7000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경제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차별적 임금 격차'는 2만2000원(1.3%)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98.7%에 해당하는 167만5000원은 사업체 규모와 근로자의 경력, 교육 수준, 근로 시간, 직업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였습니다.

그다음으로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차별이 적은 산업은 도매 및 소매업(7만6000원), 농업 및 어업(9만3000원), 숙박 및 음식점업(20만원) 순이었습니다. 반대로 차별적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산업은 전기, 가스 및 수도 산업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임금 격차 368만7000원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86만3000원이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별적 임금 격차였습니다.

한편 광업, 운수업, 건설업 등에서는 차별적 임금 격차가 각각 -35만7000원, -53만5000원, -67만2000원으로 마이너스 숫자가 나타났습니다. 이 산업군에서는 정규직이 '역차별적 임금 격차'를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해당 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숙련도, 근무 위험도 등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가 분석에 반영되지 않아 나타나는 격차로 볼 수 있습니다.

광업을 예로 들면 광산 채굴 업무는 위험도가 높아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광산을 채굴하는 비정규직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정규직 사무 근로자에 비해 시간당 급여가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임금 격차는 산업별로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을 밝혔는데요. 절대적인 임금 격차보다는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