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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잃어버린 20년' '기업 탈출' 경고 쏟아낸 경제학자들 [조선/ 2018.02.03]

설지선 2018. 2. 3. 16:01

[사설] '잃어버린 20년' '기업 탈출' 경고 쏟아낸 경제학자들 [조선/ 2018.02.03]


한국을 대표하는 중진·원로 경제학자들이 '소득 주도 성장론'을 기조로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올해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세계적 흐름과 거꾸로 가는 정책 때문에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이 올 수 있다는 등의 섬뜩한 경고까지 내놓았다. 한 원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생산성을 갉아먹는 정책으로 인해 일본형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이 법인·소득세 등을 내리는 추세 속에서 거꾸로 배분에만 집착하는 것은 중장기 성장에 치명적"이라며 대기업 해외 탈출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들이 대거 중국에 몰려간 90년대에 이어 한·미 법인세율 역전에 따른 '2차 엑소더스'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 학자들도 소득 주도 성장론의 기본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 방법론으로 최저임금 인상 카드를 쓴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일자리라는 마차를 성장이라는 말 앞에 둘 수는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안정기금 지원을 앞세운 것은 틀렸다고 했다. 현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인 주상영 건국대 교수도 "'소득 주도 성장=최저임금 인상'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차원에서 양극화를 해결해야지, 최저임금을 올려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정책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나온 산업계 현장 목소리들과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최저임금부터 너무 급격히 올리는 바람에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드라이브까지 겹치면서 청년 실업률은 최악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업 부담을 늘리는 일련의 정책 때문에 기업의 해외 이전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지금 세계 주요국이 호황과 일자리 풍년을 누리는데 한국만 소외돼 있다. 기업 활동을 장려해 성장을 촉진하는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간 결과다.

먼저 경제가 성장해야 그 결과로 일자리가 생기고 임금도 올라간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검증이 끝난 이론이다.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생산성 혁신을 이루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세금과 강제력으로 시장에 개입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경제와 시장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역풍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