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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칼럼] 4·13 시대정신은 '與웰빙족-野운동꾼' 퇴출 (조선/ 160223)

설지선 2016. 2. 23. 09:45

[류근일 칼럼] 4·13 시대정신은 '與웰빙족-野운동꾼' 퇴출 / 류근일 언론인 (조선/ 160223)

"핵·미사일 위협하는 북한에 정권 붕괴 수준 압박해야" 與野 정치권 제 목소리 못내
권력·계파 투쟁 발목잡힌 與, 운동권 논리로 北 옹호하는 野… 총선 때 이런 정치인 솎아내야


류근일 언론인 4·13 총선 이후의 우리 정치는 그 이전의 정치와 질적(質的)으로 달라져야, 아니 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안보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이에 임하는 우리 정치판은 너무 구태(舊態)에 잠겨 있다. 여야 정당들의 기득권 안주와 국회의 식물화는 더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의 상황은 엄중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제재 서명, 그리고 시진핑 중국의 북한 편들기로 한반도는 6·25 남침 이후 최고조의 긴장 국면에 들어가 있다. 북한은 그 어떤 당근이나 채찍에도 불구하고 '죽어도 핵·미사일'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미 동맹이 지난 20년 동안 추구했던 '협상에 의한 북한 비핵화' 카드는 결국 헛발질이었음이 입증된 셈이다.

이래서 대신 뽑아든 카드가 '북한 정권 자체가 문제다'라는 설정이다. 북한을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그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게 만들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중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빨 있는 대북 제재'가 그래서 나왔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까지를 내다본 '종결 게임(end game)'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 돈줄 죄기, 인권 공세,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처벌, 해운(海運) 제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미 동맹이 착수한 강력한 대북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리 국내 정치 태세가 그걸 뒷받침해 줘야 하는데 그게 영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정상(頂上)의 리더십과 저변의 국민 의식은 서로 맞아떨어져 있다. 한·미 정상은 "우리는 모든 선의(善意)를 다 했다. 그러나 북한은 겉으로만 협상을 하는 체했을 뿐 뒤로는 핵·미사일을 계속 개발해 우리의 선의를 악의로 갚았다"는 분노와 배신감을 표했다. 국민 여론 역시 이 분노와 배신감에 적극 동참해 개성공단 중단과 사드 배치에 높은 지지도를 보여줬다.

이럼에도 우리의 야당은 뭐라고 하고 있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를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며 몰아세웠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그러면 전쟁하자는 게 아니라 불꽃놀이였나? 거기에 대해선 왜 한마디도 하지 않는가? 6·25 남침 이래 대한민국은 늘 먼저 당하기만 하고 살았다. 이에 대해 왜 우리는 화도 내지 말라는 것인가?

새누리당은 이런 편향된 이념 세력에 대해 한 번도 정면으로 마주 서 공세를 취한 적이 없다.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은 광우병 난동 때 어찌나 혼비백산했던지 '중도 실용주의'라는 걸 내걸고 가치 투쟁 자체를 아예 포기해 버렸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이념 편향이 문제됐을 때도 새누리당은 "국정(國定)화가 최선은 아니라 해도 차선은 될 수 있다. 그만큼 현행 검인정 역사 교과서는 최악이다"는 정도의 반론조차 제대로 펴지 않았다. 오죽하면 문재인 당시 야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말했을까. 이런 물컹이 여당으로는 강력한 대북 제재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이제는 그래서 여야 정계를 환골탈태해야 할 때다. 야권(野圈)에선 국민의당이 편협한 운동권 야당을 대신해 한결 중도적인 야당상(像)을 보여주길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요즘 '안철수 노선'은 뭐가 뭔지 모르게 돼버리고 말았다. 개성공단 폐쇄를 비난한 '안철수 노선'은 '북한 궤멸론'을 피력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노선'보다 훨씬 좌(左)클릭한 것이었다. 그는 또 한·미 FTA와 제주 해군 기지에 반대했던 천정배·정동영을 영입해 들였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안보는 보수…" 운운은 어디로 갔나? 야권 일신(一新)의 전망은 그래서 현재로선 혼미(昏迷)라 할 수밖엔 없을 듯싶다.

여권(與圈) 사정 역시 불투명하다. 새누리당 계파들은 밥그릇 싸움을 정당한 노선 투쟁으로 격상(格上)시킬 줄을 모른다. 친박, 비박 운운하는 권력 투쟁으로만 나갈 게 아니라 '당을 계속 물컹이 집단으로 놓아둘 것인지, 아니면 반(反) 전체주의 투쟁의 전사(戰士) 집단으로 탈바꿈할 것인지?'의 '싸울 만한 싸움'을 해보라는 것이다.

오늘의 한반도 안보 정세는 여권에선 '웰빙족(族)'을 청산하고, 야권에선 '올드 운동꾼'을 퇴출시킬 것을 요구한다. 이 둘이 국회를 계속 불모(不毛)의 땅으로 만들고 있는 한 우리 현대사의 또 한 번의 도약은 불가능하다. 이게 4·13 총선의 시대정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