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선진화법 '폐지' 對 '사수' 총선서 결판 짓자 (조선/ 160128)
국회법은 여야 게임 룰… 한쪽이 일방 변경 곤란
총선에서 국민 뜻 물어 폐지든 유지든 결론내야
野 지고도 폐지 막으면 국민 이름으로 議長 나서야
▲ 양상훈 논설주간 |
그런데 이 법을 야당이 악용을 해도 너무 심하게 한다. 정치와는 아무 상관없는 순수 민생 법안을 3년 넘게 가로막고 있다면 이것은 의정 활동이 아니라 국정 훼방이다. 선거에 이겨서 정부·여당이고 선거에 져서 야당이다. 그 국민의 뜻은 정부·여당에 일을 맡긴다는 것이고 야당은 다음 기회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지금 야당은 선거에 지고서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여당을 제치고서 나라가 가는 길목 전부에 검문소를 차리고 검문을 하고 있다. 심지어 다른 야당 의원들이 찬성해도 단 한 명이 검문소에서 강짜를 부리면 올스톱이다. 선거에 진 야당이 선거에 이긴 정부·여당이 아무 일도 못하게 막을 수 있다니 이야말로 민의(民意) 역행이고 반(反)민주다. 하나도 가진 게 없던 야당에 50의 힘을 주는 대신 책임 있는 행동을 해달라고 사정한 것이 선진화법인데 야당은 60~70 정도가 아니라 100, 200의 무책임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저쪽 끝에는 난장판 폭력국회가 있고 이쪽 끝에는 선거에 진 당이 지배하는 식물국회가 있다. 우리는 이 두 극단을 다 경험했다. 두 극단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니 가혹하고 한심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법 좀 통과시켜 달라"는 국민서명운동은 국회선진화법 반대 운동이나 마찬가지다. 여당은 선진화법을 대폭 바꾸는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고 국회의장도 나름의 안(案)을 냈다. 야당은 이 모든 호소, 노력, 압박을 다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여당 김무성 대표가 총선 전에 선진화법을 반드시 바꾸겠다고 했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야 간 게임의 룰인 국회법을 어느 일방이 단독으로 바꾼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여야가 아닌 국민의 뜻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옳다. 얼마 전 여당 김 대표가 "선진화법을 바꿀 수 있게 180석(5분의 3 의석)을 달라고 국민에게 요청하겠다"고 했다가 '오만하게 들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서 물러섰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180석이면 이론(異論)이 없겠지만 과반 의석만 얻어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여당은 총선 제1 공약으로 '망국법 선진화법을 바꾸겠다'는 약속을 선명하게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야당은 '폭력국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선진화법 사수를 제1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선진화법도 4년 전 총선에서 여야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니 그 법을 폐지하든 유지하든 다시 공약으로 해야 한다.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 국민이 선진화법 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여당이 과반수를 얻어도 지금 야당 태도로 볼 때 선진화법 개정을 막을 것 같다는 점이다. 야당이 그렇게까지 유권자 결정을 거부하고 민심에 역행하면 국회의장이 나서야 한다. 국민이 양해한 일이다. 여당이 과반수를 얻으면 4월 13일 총선 이후 19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5월 29일 전까지 정의화 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쳐야 한다. 지금 선진화법도 4년 전 총선 후 새 국회가 시작되기 전인 5월 2일에 통과된 법이다. 여당은 이런 구체적 일정까지 공약하고 국민 지지를 얻을 필요가 있다. 그 경우 선진화법에 있는 국회 폭력 처벌 조항(5년 이하 징역 등)은 더 강화해야 한다. 그래도 폭력국회는 재연되겠지만 어느 정도 견제는 될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는 선진화법을 바꾸자는 쪽이 더 우세하다. 선진화법의 핵심은 야당이 합의해주지 않으면 표결을 할 수 없게 한 조항과 야당 표결 거부를 돌파하려면 과반수가 아니라 5분의 3 의석이 필요하게 한 조항이다. 야당이 이 두 조항을 칼집에서 꺼내지 않는 칼로 보유만 하고 현실 정치에선 쓰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 분위기도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마침 운동권 출신이 아닌 분이 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됐으니 막판에 그런 반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지만 부질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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