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라도 전대협 같은 극단분자들과 손을 잡아선 안 되는 것이었다
동교동계 탈당 의미심장하다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뉴데일리/ 2016.01.15]
권노갑 전 새정련 상임고문의 탈당선언은 김대중 직계세력이 1980년대 이래 친노-486 운동권과 맺었던 연합 또는 통합을 끊어버리기로 한 사태였다는 점에서 그 정치적 의미가 크다.
김대중 세력은 박정희 시대 이래 한국사회 기성 주류와 깊은 원한관계에 있어왔다. 이러한 상황은 김대중 세력으로 하여금 박정희-전두환에 반대하는 세력이라면 그 누구와도 손잡을 용의를 갖게 했다.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은 이런 정서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 결과 김대중 세력은 80년대 학생운동을 장악한 전대협 운동권 출신들을 대거 새피 수혈 명목으로 안아들였다.
전대협 운동권은 대한민국 체제 자체를 부정하던 이른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세력이었다. 이들은 김대중 세력을 이념적 동지로 간주하지는 않았지만, 보다 심화된 변혁으로 가기까지의 과도기적 이용대상으로, 또는 전술적 동반자로 간주했다.
이처럼 김대중 세력과 전대협 세력은 권위주의 세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 필요한 관계에 있었다. 이 관계는 김대중이라는 숙주에 전대협이라는 식객이 기생하는 관계였으나,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그 관계가 뒤집혔다. 노무현을 내세운 전대협 출신들은 "이제는 김대중 숙주를 내쫓고 우리가 집주인이 되자"며 민주당을 부수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이념적으로도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을 폐기하고 보다 선명한 좌파노선으로 선회했다. 이들은 나중엔 통진당과 정책연대를 만들 정도로 극단적인 노선으로 치달았다. 결과는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민심이반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정권교체보다도 한 이념세력으로 살아남으면서 그 기득권이나마 유지하는 게 장땅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에 대해 심지어는 호남 유권자들마저 신임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은 김대중-동교동계 정치인들로서는 더이상 감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권노갑 씨 등 동교동계가 전대협 출신들에 빠이빠이를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과정을 돌아보며 호남-동교동계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아무리 화가 나도 극단 변혁세력과 전술적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은 결과가 좋을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호남-동교동계의 뿌리는 대한민국 수립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한민당, 민국당, 민주당 원훈들이다. 극좌세력과 피를 흘리며 싸운 자유민주주의 전사들이었다.
이점에서 그 흐름을 계승한 전통야당의 후예들이라면 그들은 어떤 경우라도 전대협 같은 극단분자들과는 손을 잡아선 안 되는 것이었다. 예컨대 정대철 씨의 선친 정일형 박사의 거리 선거유세를 나이 13살 때 장충동에서 들은 필자다. 그런 필자가 기억하는 바로는 정일형 박사는 투철한 자유주의자, 따라서 극렬 혁명 분자들과는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자유지성인이었다. 그 아드님 정대철 씨가 이번에 친노-486 도당과 헤어지기로 한 것은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처신이었다.
동교동계, 나아가선 호남 정치인들과 호남 유권자들은 앞으로 이런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면서 한국 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중도개혁주의에 확고히 설정하고, 대한민국 헌법가치와 그 체제의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그래서 국민적 보편성에 입각한 수권정당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소망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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