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그간 미뤄 뒀던 남인수님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맘이 착잡하다.
가요 전문인도 아니고, 더더욱 전기 작가도 아니고 보면,
남의 가요 일생을 정리한다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하필이면 친일파로 오명을 쓴 대중가수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게다.
개눈엔 똥 밖에 안보인다고, 이념적 또는 정치적 목적의 개 짓거리는
괘념치 않으려 했지만, 남인수님의 경우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닌 듯 싶다.
그간 열심히 일한 덕에 먹고 살만 하니까 별 웃기는 짓들을 다하고 있다.
나라 잃어 의지할 것 없고, 가난하여 먹고 살기 힘들 때
백성들의 고통은 개들의 눈에는 무슨 뜯다 만 뼉따귀로 비치는 모양이다.
가난이란 없어서 불편하고 남 하는 걸 못하니까 자존심 상하는 것이라...?
천만의 말씀이다. 옛날에 가난이란 죽음에 이르는 직코스였다. 또한,
일제 강점기는 머리띠 매고 물러가라고 구호 외치면 통하는 때가 아니다.
더구나 '대동아 전쟁'때는 '천황'의 '신민'으로서 복종만이 살 길이었다.
연예인에게는 총독부에서 '기예증'이라는 일종의 면허증을 발급하였다.
이게 없으면 어떤 연예활동도 할 수 없고, 말 안들으며 기예증은 취소된다.
택시기사한테 면허취소하고, 농사꾼에게 논밭 빼앗는 것과 똑 같다.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기예증을 빼앗기면 뭘 해 먹고 살 수 있겠나?
배운 게 그 뿐인 걸, 무슨 일로, 아님 구걸해서 처자식 먹여 살리란 말인가!
자유롭게 놔 줘도 살 길이 막막한데, 소위 대동아전쟁이 한창인 때이다.
인기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 부르라는 것인데 안 부르고 버틸 수 있나!
기예증 뺏기고 징병 끌려가서 싸우다 죽으면 어느나라의 순국열사 되나!
이걸 피해서 가족 재산 다 버리고 독립운동하러 만주로 떠나야 옳다는 말인가!
아니면 숨어서 백이숙제처럼 초근목피하다가 굶어 죽어야 된다는 말인가!
남인수님은 가난하게 태어나 오직 좋은 음성 하나로 폐결핵과 투병하며 살았다.
그에게서 노래를 빼앗으면 산 송장이 아니라 병 때문에도 죽게 되어 있었다.
그래도 은연 중 민족의 한을 달래며 민족 정서를 함양하는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해방 후에는 해방의 기쁨과 분단의 아픔을 노래하며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6.25동란 때는 정훈국에 소속, 제주의 제2훈련소로 부터 곳곳에 위문활동을 다녔다.
이후 예술단체의 지도자로서 대중가요의 발전을 위하여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또한 4.19때는 학생합창단과 함께 '4월의 깃발'을 부르며 민주화를 찬양하였다.
일제 강점기, 그것도 전쟁의 광란 속에서 강압에 못이겨 부른 노래 3곡 때문에,
친일파로 매도되는 것은 인간적, 민족적, 국민적 차원에서 공히 수긍할 수 없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노래 잘 부른 죄 밖에 없다. 그게 반민족적인가!
개들의 조상 중에 농사지어 공출 안바치고, 창씨개명 안하고,
징용 피해서 만주,상해로 독립 운동 떠난 명문출신 있으면 나와서 항변해 보라.
인간 말종들...이젠 가증스런 가면 벗고서 너희들의 이상향으로 꺼져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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