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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수호-동아행복시 430

[나민애의 시가깃든 삶] 샘 - 전윤호(1964∼ ) [동아/ 2022-07-02]

[나민애의 시가깃든 삶] 샘 - 전윤호(1964∼ ) [동아/ 2022-07-02] 샘 - 전윤호(1964∼ )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자다 말고 우는 아내를 보며 저런 게 엄마구나 짐작한다 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 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저 여자 봄날 벚꽃보다 어지럽던 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 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몹시 독특하다. 사랑하는 무엇이 사라질 때 비로소 그리움은 시작된다. ‘없음’을 알지만 간절하게 ‘있음’을 희망한다면 그게 바로 그리운 거다. 부재와 바람, 불가능과 가능, 허전함과 달콤함 사이에 바로 그리움이 있다. 어떤 학자는 그림, 글, 그리움의 어원이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의 주장이래도 시인들에게는 틀림없는 참말이다...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또 한여름 - 김종길(1926∼2017) [동아/ 2022-06-25]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또 한여름 - 김종길(1926∼2017) [동아/ -06-25] 또 한여름 - 김종길(1926∼2017) 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 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 소리 매미소리에 아직은 성한 귀 기울이며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보내는가. “서정시인은 거울을 들여다보고 소설가는 창밖을 내다본다.” 김종길은 한 아름다운 시인을 소개하는 글에 이렇게 적었다. 시인은 자신을 거울삼아 세계를 파악하고, 소설가는 세계를 바라보면서 자아를 찾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인이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내다볼 때는 무엇을 볼까. 답은 이 시 속에 있다. 한 노시인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한여름의 풍광을 옮겨오는데..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별과 고기 ― 황금찬(1918∼2017) [동아/ 2022-06-18]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별과 고기 ― 황금찬(1918∼2017) [동아/ 2022-06-18] 별과 고기 ― 황금찬(1918∼2017) 밤에 눈을 뜬다. 그리고 호수에 내려앉는다. 물고기들이 입을 열고 별을 주워 먹는다. 너는 신기한 구슬 고기 배를 뚫고 나와 그 자리에 떠 있다. 별을 먹은 고기들은 영광에 취하여 구름을 보고 있다. 별이 뜨는 밤이면 밤마다 같은 자리에 내려앉는다. 밤마다 고기는 별을 주워 먹지만 별은 고기 뱃속에 있지 않고 먼 하늘에 떠 있다 알고 보면 별은 돌이다. 바닥에 떨어진 돌에서는 빛이 나지 않고 하늘에 올라간 돌은 빛난다는 차이가 있다. 사람들이 별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의 처지는 땅에 흩어진 돌과 같지만 하늘의 빛나는 돌을 쉽게 잊지 못한다. 별이란 일종..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달 - 최원규(1933∼) [동아/ 2022-06-11]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달 - 최원규(1933∼) [동아/ 2022-06-11] 달 - 최원규(1933∼) 그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수미산이 가려 있기 때문이리 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잎새에 가려 있기 때문이리 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리 아 두고 온 얼굴을 찾아 하늘로 솟구치는 몸부림 그대 가슴에 뚫린 빈 항아리에 담고 담는 반복이리. ‘해가 좋아, 달이 좋아?’ 만약 시인에게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이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질문에 필적할 만큼 난제다. 어려우니까 다수결에 따라보자. 정확한 수치를 헤아린 사람은 없지만, 우리나라 시에는 유독 달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니 나는 시인한테..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이세룡 (1947∼2020) [동아/ 2022-06-04]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 이세룡 (1947∼2020) [동아/ 2022-06-04]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 이세룡(1947∼2020) (상약) 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그러면 전 세계의 시민들이 각자의 생일날 밤에 멋대로 축포를 쏜다 한들 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 포구가 꽃의 중심을 겨누거나 술잔의 손잡이를 향하거나 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 별을 포탄삼아 쏘아댄다면 세계는 밤에도 빛날 테고 사람들은 모두 포탄이 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 중국 ‘산해경’에는 상상의 동물들이 가득하다. 그중에 ‘부혜’라는 동물이 있다. 생김새는 수탉이고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나타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청개구리 - 조오현(1932∼2018) [동아/ 2022-05-21]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청개구리 - 조오현(1932∼2018) [동아/ 2022-05-21] 청개구리 - 조오현(1932∼2018) 어느 날 아침 게으른 세수를 하고 대야의 물을 버리기 위해 담장가로 갔더니 때마침 풀섶에 앉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오르더니 거기 담쟁이넝쿨에 살푼 앉는가 했더니 어느 사이 미끄러지듯 잎 뒤에 바짝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는 것을 보고 그놈 참 신기하다 참 신기하다 감탄을 연거푸 했지만 그놈 청개구리를 제(題)하여 시조 한 수를 지어볼려고 며칠을 끙끙거렸지만 끝내 짓지 못하였습니다 그놈 청개구리 한 마리의 삶을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몇 겁(劫)을 두고 찬미할지라도 다 찬미할 수 없음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습니다. 사람은 하나인데 이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새봄 9 - 김지하(1941∼2022) [동아/ 2022-05-14]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새봄 9 - 김지하(1941∼2022) [동아/ 2022-05-14] 새봄 9 - 김지하(1941∼2022)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이게 전부냐고 묻는다면 전부라고 답하겠다. ‘새봄’이라는 제목을 단 작품이 이것 말고도 더 있지만 각기 다른 작품이다. 9번 작품은 작의 끝번으로 이렇게 네 줄이 전부다. 단시 하이쿠를 떠올릴 정도로 짧다. 옮겨 적기 좋아서 캘리그래피로도 많이 쓰이고 한글 배우시는 할머니들이 따라 적기도 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간결하니 깔끔하구나, 하고 들여다보면 퍼뜩 놀라게 된다. 김지하 시인이 썼기 때문이다. 우리는 김지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황톳길’을 시작으로 ‘서울길’에 올랐다가 ‘타는 목마름으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떨어진 단추 하나 - 이준관(1948∼) [동아/ 나민애 문학평론가 [동아/ 2022-05-07]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떨어진 단추 하나 - 이준관(1948∼) [동아/ 나민애 문학평론가 [동아/ 2022-05-07] 떨어진 단추 하나 - 이준관(1948∼) 해질 무렵,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떨어진 단추 하나를 보았지. 그래, 그래, 우리는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이렇게 단추 하나 떨어뜨리지. 그래, 그래, 우리는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서쪽 하늘에 깜빡, 해를 하나 떨어뜨리지. 공부를 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놀기를 잘하는 것도 공부 못지않게 어렵다. 먹고살자니 놀 시간이 없고, 놀 시간이 없으니 노는 법을 잊고, 노는 법을 잊으니 더 못 놀게 된다. 어른이 무슨 놀이 타령이냐 싶겠지만 놀이는 학자들도 인정한 문명의 기반이었다. 대표적으로 하위징아는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호모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분홍강 - 이하석(1948~) [동아/ 2022-04-3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분홍강 - 이하석(1948~) [동아/ 2022-04-30] 분홍강 - 이하석(1948~)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 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 위에 겹쳐 흐르던. 강은 바다와 다르다. 같은 물이래도 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