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수의 노래 듣고 있으면 - 강희근 (1943~ )
가수 남인수
그대 노래소리 듣고 있으면
하늘이 낸 사람 하나
진주 하동촌에서 나왔다 하고
말하게 된다.
무슨 무슨 가요제나
전국의 노래자랑 같은 데서
골라낸 가수 아니라
애초에 하늘의 달란트 제 몫으로
타고난 사람 하나 나왔다 하고
말하게 된다.
가수 남인수
그대 노래소리 듣고 있으면
가슴에 전깃줄이 흐르고
어깨에 날개죽지 퍼득거리고
겨드랑이나 발바닥에 불인두
지나간다.
대중의 가슴에 닿은 자리
빛 부신 금가루를 뿌리거나
기쁨과 시름의 팔목에다 미끌적거리는
생선비늘을 붙여준다.
가수 남인수
그대 <애수의 소야곡>에 실리면
우리 하나로 저 일제 강점기
궁핍에 얹히고
그대 <가거라 3.8선>에 실리면
우리 하나로
광복뒤의 숨가쁜 구비의 돌자갈
발 끝에 채이고
그대 <이별의 부산 정거장>에 실리면
우리 하나로 전쟁의 참화와 남루를 싣고 가는
기나긴 열차의 기적소리 듣는다.
그래 가수 남인수
그대 불렀던 1천곡의 노래
지금 서울 충무로 레코드 가게
스피커가
한 곡 골라 뿜어내고
중국 만주 순회공연에서
불렀던 노래 한 곡이나
방방곡곡 가설 무대의 달빛 숨소리로
솟아났던 곡 하나
방송국 가요무대에 올려지지만
그 노래
감격의 여울이 되어
이 나라 사람들
가슴이 살아있는 이들의 마음에
방 한 칸에 내어 살고 있음을
보면
가수 남인수!
그대 하늘이 낸 사람
별 하나로 반짝거리고 있음을 안다.
그대 태어나고
묻힌 진주 하촌동
거기 서걱거리는 풀더미와 풀벌레 소리
이미 하촌동만의 것이 아님을 안다.
우리 하나로 그것을 안다
*이 시는 강희근 시인이 남인수기념사업회로부터 남인수 35주기 추모 공연 앞머리에 나와 시인으로서 추모시 낭송의 제안에 응한 것으로 '시 읽기의 행복'에 실린 것을 전재하였음 - 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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