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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설지선-가황자료실/남인수★가요일생

남인수의 노래 듣고 있으면 - 강희근 (1943~ )

설지선 2022. 12. 1. 14:17

 

남인수의 노래 듣고 있으면 - 강희근 (1943~ )

 

가수 남인수

그대 노래소리 듣고 있으면

하늘이 낸 사람 하나

진주 하동촌에서 나왔다 하고

말하게 된다.

 

무슨 무슨 가요제나

전국의 노래자랑 같은 데서

골라낸 가수 아니라

애초에 하늘의 달란트 제 몫으로

타고난 사람 하나 나왔다 하고 

말하게 된다.

 

가수 남인수

그대 노래소리 듣고 있으면

가슴에 전깃줄이 흐르고

어깨에 날개죽지 퍼득거리고

겨드랑이나 발바닥에 불인두

지나간다.

 

대중의 가슴에 닿은 자리

빛 부신 금가루를 뿌리거나

기쁨과 시름의 팔목에다 미끌적거리는

생선비늘을 붙여준다.

 

가수 남인수

그대 <애수의 소야곡>에 실리면

우리 하나로 저 일제 강점기

궁핍에 얹히고

 

그대 <가거라 3.8선>에 실리면

우리 하나로

광복뒤의 숨가쁜 구비의 돌자갈

발 끝에 채이고

그대 <이별의 부산 정거장>에 실리면

우리 하나로 전쟁의 참화와 남루를  싣고 가는

기나긴 열차의 기적소리 듣는다.

 

그래 가수 남인수

그대 불렀던 1천곡의 노래

지금 서울 충무로 레코드 가게

스피커가

한 곡 골라 뿜어내고

 

중국 만주 순회공연에서

불렀던 노래 한 곡이나

방방곡곡 가설 무대의 달빛 숨소리로

솟아났던 곡 하나

방송국 가요무대에 올려지지만

 

그 노래 

감격의 여울이 되어

이 나라 사람들

가슴이 살아있는 이들의 마음에

방 한 칸에 내어 살고 있음을 

보면

 

가수 남인수!

그대 하늘이 낸 사람

별 하나로  반짝거리고 있음을 안다.

 

그대 태어나고

묻힌 진주 하촌동

거기 서걱거리는 풀더미와 풀벌레 소리

이미 하촌동만의 것이 아님을 안다.

 

우리 하나로 그것을 안다

 

 

*이 시는 강희근 시인이 남인수기념사업회로부터 남인수 35주기 추모 공연 앞머리에 나와 시인으로서 추모시 낭송의 제안에 응한 것으로 '시 읽기의 행복'에 실린 것을 전재하였음 - 설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