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좋은 삶 [문화/ 2022-06-22]
눈알에 지진 - 서효인
우리의 주소를 말하면
우리 사는 곳의 시세가 떠올라
우리의 사는 정도가 계산되는
우리의 이웃을 사랑한다 발밑을 보며
물론 발밑에는 땅이 있지 내 것이 아닌 사랑아
소유할 수 없는
미래와 가치와 성공과
거짓말
저는 지금 광고를 보고 있습니다
(서효인 시집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우리의 주소를 말하면
우리 사는 곳의 시세가 떠올라
우리의 사는 정도가 계산되는
우리의 이웃을 사랑한다 발밑을 보며
물론 발밑에는 땅이 있지 내 것이 아닌 사랑아
소유할 수 없는
미래와 가치와 성공과
거짓말
저는 지금 광고를 보고 있습니다
(서효인 시집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좋은 삶
언젠가 친구들이 모이면 다들 집 얘기 차 얘기. 이따금 머리숱 얘기. 그런 변화가 흥미로운 한편 듣기 싫기도 하고. 말없이 앉아 있다 보면 누군가는 짓궂게, 시인은 이런 거에 관심 없지? 하고 놀리고. 아니 시인이라고 집이 없이 사는 건 아니지 않나. 물욕이 없을 리도 없지. 큰 집, 좋은 차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너무 뻔해서 대거리를 하지는 않지만 왜 나는 이런 얘기가 싫은 것일까. 생각이 많아진다.
한 잔 더하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뿌리친 귀갓길은 참 쓸쓸하다. 작아진 것 같다.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캔 맥주를 하나 골라 든다. 놀이터 그네 위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참 좋은 도피처다. 흔들흔들 앞뒤로 몸을 흔들다 고개를 들어보면 별은 하나도 없고 집집마다 밝혀놓은 거실 등 불빛들 가득하다. 이 시대의 별빛은 저것들이구나. 아름답고 의미 있지. 사람들의 하루치 고됨이 마감됐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쉬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그런 것을 어떻게 숫자로 셀 수 있겠어.
저 불빛들을 보며 누군가는, 저게 다 얼마야, 계산해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게 싫었던 모양이다. 어느 동네에 몇 평짜리, 시세 얼마와 같은 기준으로는 당최 집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잘 산다라는 말이, 가진 재산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작지만 편안한 나의 ‘좋은 집’으로. 가서 푹 자고 내일은 더 잘 살아야지. 비록 유행에 걸맞지 않지만.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한 잔 더하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뿌리친 귀갓길은 참 쓸쓸하다. 작아진 것 같다. 곧장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캔 맥주를 하나 골라 든다. 놀이터 그네 위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참 좋은 도피처다. 흔들흔들 앞뒤로 몸을 흔들다 고개를 들어보면 별은 하나도 없고 집집마다 밝혀놓은 거실 등 불빛들 가득하다. 이 시대의 별빛은 저것들이구나. 아름답고 의미 있지. 사람들의 하루치 고됨이 마감됐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쉬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그런 것을 어떻게 숫자로 셀 수 있겠어.
저 불빛들을 보며 누군가는, 저게 다 얼마야, 계산해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게 싫었던 모양이다. 어느 동네에 몇 평짜리, 시세 얼마와 같은 기준으로는 당최 집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잘 산다라는 말이, 가진 재산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작지만 편안한 나의 ‘좋은 집’으로. 가서 푹 자고 내일은 더 잘 살아야지. 비록 유행에 걸맞지 않지만.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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