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목욕하는 사람(沐浴子) - 이백 (李白 701∼762) [조선/ 2021.06.14]
목욕하는 사람(沐浴子) - 이백 (李白 701∼762)
향수로 머리 감았다 해서
갓 티끌 튕기지 말 것이며,
난초 담근 물로 몸 씻었다 해서
옷 먼지 털지는 마소.
사람 사는 세상
지나친 결백은 삼가하나니,
도에 지극했던 사람들
제 본색 감추기를 귀히 여겼더라네.
창랑(滄浪) 물가에 고기 낚던 이 있었다니
내사 그이나 찾아 가려네.
(이병한 옮김)
이백의 시들을 읽다가 술 타령 달 타령에 염증이 나, 술이 나오지 않는 시를 찾다 “목욕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새로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갓의 먼지를 털고, 새로 몸을 씻은 자는 반드시 옷의 티끌을 턴다”는 굴원(屈原: 초나라의 문인 정치가)의 어부사(漁父辭)를 되받아치며 이백은 지나친 결백을 삼가고 본색 감추기를 귀히 여기라 말한다. 밑의 2행에 시인의 뜻이 더 은밀하게 드러난다.
창랑(滄浪:한수이강의 지류)에 고기 낚던 이는 굴원과 대화를 나누던 어부. 고결한 몸에 세속의 먼지를 묻히지 않겠다는 굴원에게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노래를 남기고 어부는 사라졌다. 청렴결백을 자랑 말고 세상에 따라 변하라, 깨끗함에 집착하지 말라는 깊은 뜻 아니던가. 지나친 결백은 나에게도 불편하고 타인에게도 불편하다.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 대표]
'2-2 김수호-조선가슴시 > 최영미♣어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영미의 어떤 시] 시드는 풀(何草不黃) - 작자 미상, 출전 ‘시경(詩經)’ [조선/ 2021.06.28] (0) | 2021.06.28 |
---|---|
[최영미의 어떤 시] 6월의 언덕 - 노천명(盧天命 1912∼1957) [조선/ 2021.06.21] (0) | 2021.06.21 |
[최영미의 어떤 시] 루바이(Rubái) 71 - 오마르 하이얌 [조선/ 2021.06.07] (0) | 2021.06.08 |
[최영미의 어떤 시] 소네트 66 - 윌리엄 셰익스피어 [조선/ 2021.05.31] (0) | 2021.05.31 |
[최영미의 어떤 시]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조선/ 2021.05.23] (0) | 202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