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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조선/ 2021.05.23]

설지선 2021. 5. 24. 09:10

[최영미의 어떤 시]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조선/ 2021.05.23]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꽃봉오리 피어날 때,

    나의 가슴속에도

    사랑이 싹텄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새들이 노래 부를 때,

    나의 그리움과 아쉬움

    그녀에게 고백했네.

     

     

    (김광규 옮김)

 

 

나의 학창 시절 일기장 겸 시화집에 적힌 시를 꺼내어 다시 본다. 고등학생인 내가 어디서 옮겼는지 모르는 하이네의 ‘5월’은 “온갖 꽃이 싹트는 아름다운 5월에 수줍게 피어난 마음속의 이 사랑”이다. 김광규 선생님의 번역이 더 정확한 것 같으나, 나는 수줍은 여고생의 마음에 피어났던 “온갖 꽃이 싹트는 아름다운 5월”을 붙잡고 싶다.

 

대학생이 되던 1980년에 5월을 잃어버렸기에,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연가가 더 가슴에 사무친다. 한번 놓친 사람은 다시 찾을 수 없고, 찾는다 해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사랑하라! 사랑하다 고꾸라지더라도 시궁창에 빠지더라도 사랑하라. 실연만큼 아름다운 아픔이 또 있던가.

 

여고생 최영미는 당시 유행하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그려진 컬러풀한 공책에 다른 명시들은 검정이나 파랑 펜으로 베껴 썼는데, 붉은색이 선명한 하이네의 “온갖 꽃이 싹트는” 5월을 보며 문득 아득해진다. 이 무슨 조화인지 예감인지.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시 원문)

     

    Im wunderschönen Monat Mai

     

    Im wunderschönen Monat Mai,

    Als alle Knospen sprangen,

    Da ist in meinem Herzen

    Die Liebe aufgegangen.


    Im wunderschönen Monat Mai,

    Als alle Vögel sangen,

    Da hab ich ihr gestanden

    Mein Sehnen und Verlangen

     

    - Heinrich Heine (1797~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