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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독을 품은 나무 - 윌리엄 블레이크 (1757-1827) [조선/ 2021.04.05]

설지선 2021. 4. 5. 09:16

[최영미의 어떤 시] 독을 품은 나무 - 윌리엄 블레이크 (1757-1827) [조선/ 2021.04.05]


 

     

    독을 품은 나무 - 윌리엄 블레이크 (1757-1827)

     

    나는 내 친구에게 화가 났어;

    친구에게 분노를 말했더니 분노가 사라졌지.

    나는 나의 적에게 화가 났지만;

    말하지 못해 분노가 자라났지.

    그래서 무서워 나의 분노에 물을 주었지

    밤에도 낮에도 눈물을 뿌렸지

    그리곤 웃으며 분노의 나무를 햇볕에 말렸어

    부드럽게 적을 속이는 함정이었지.

    낮에도 밤에도 (분노의) 나무가 자라서

    밝은 사과 한 알이 맺혔어.

    나의 적이 빛나는 사과를 보더니,

    그게 내 것임을 알아차렸지 뭐야.

    밤의 장막이 드리워졌을 때,

    그는 내 정원에 몰래 들어왔지;

    다음 날 아침, 나무 아래 뻗어있는

    나의 적을 발견하곤 아주 기뻤지.

 

 

귀여우면서 무시무시한 노래. 영어로 읽어야 ‘end’ ‘and’ 운율이 살아난다. 화가 났다고 말할 수 있어야 친구. 화를 표현하지 못하면 마음이 병들고 언젠가 폭발한다. 친구, 연인, 부부 혹은 상사나 동료에게 느끼는 분노를 적절히 말로 표현해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 분노의 씨앗이 자라 독을 품은 사과가 적을 유혹한다. 시를 지배하는 사과는 구약의 선악과를 연상시킨다.


시도 쓰고 그림도 그렸던 블레이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느님을 믿었고 타락한 영국 교회를 고발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독을 품은 나무'가 ‘순수와 경험의 노래들'에 수록된 해는 1794년, 프랑스 혁명의 이념에 시로 응답한 블레이크. 200여 년이 지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며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 침묵을 이용하는 사람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가정 폭력이 늘고 어린아이들이 학대당하고 있다. 미얀마, 러시아, 예루살렘에서 독재자들이 극성을 부리지만 사악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리.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A Poison Tree

     

    I was angry with my friend;

    I told my wrath, my wrath did end.

    I was angry with my foe:

    I told it not, my wrath did grow.

    And I waterd it in fears,

    Night and morning with my tears:

    And I sunned it with smiles

    And with soft deceitful wiles.

    And it grew both day and night,

    Till it bore an apple bright.

    And my foe beheld it shine,

    And he knew that it was mine.

    And into my garden stole,

    When the night had veiled the pole;

    In the morning glad I see

    My foe outstretched beneath the tree.

     

    - William Blake (1757-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