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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1930∼1969) [조선/ 2021.04.12]

설지선 2021. 4. 12. 10:49

[최영미의 어떤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申東曄·1930∼1969) [조선/ 2021.04.12]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申東曄·1930∼1969)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인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중략)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후략)

     

     

    (※원시와 다르게 행을 배열함)

 

 

4월이면 생각나는 신동엽. 4월 혁명을 온몸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증언했던 시인. 먹구름을 하늘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명령한다.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를 찢으라고.


“지붕 덮은 쇠항아리”는 총칼로 통치하던 독재자, 민주정부를 쿠데타로 짓밟은 군사정권, 혹은 우리를 지배하는 자본과 문명의 단단한 껍질로 읽힐 수도 있다. 먹구름은 진실을(하늘을) 보는 것을 가로막는 시대의 혹은 개인의 허위의식일 수도 있겠다. 자칫 교훈적일 수 있는 ‘닦아라’ ‘찢어라’ 같은 명령형 어미가 독자들을 짓누르지 않고 오히려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그 사심 없음과 순수를 우리가 믿기 때문인가.]

 

서른 살 무렵 신동엽의 시를 암송하며 나는 쓸쓸해 견딜 수가 없었다. ‘4월’을 팔아먹는 기회주의자들을 꾸짖기로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만한 절창이 또 있을까.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과도 같던 시인은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시 전문]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인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申東曄·1930∼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