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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3월에게(Dear March) -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 [조선/ 2021.03.07]

설지선 2021. 3. 8. 09:30

[최영미의 어떤 시] 3월에게(Dear March) -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 [조선/ 2021.03.07]

 

 

     

     

    3월에게(Dear March) -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

     

    3월아, 어서 들어와!

    널 보니 얼마나 기쁜지!

    전부터 너를 찾았었지

    모자는 여기 내려 놔-(중략)

    오, 3월아, 나랑 어서 2층으로 올라가자

    너한테 할 말이 아주 많아! (중략)

     

    누가 문을 두드리니? 어머 4월이잖아!

    어서 문을 닫아!

    나는 쫓기지 않을 거야!

    일년 동안 밖에 나가 있던 사람이

    내가 널 맞이하느라 바쁠 때 날 부르네

    하지만 네가 오자마자,

    하찮은 것들은 정말 하찮아 보여

    비난도 칭찬만큼이나 소중하고

    칭찬도 비난처럼 대수롭지 않지.

 

 

3월처럼 발랄한 시. 편지 첫머리에 사용하는 ‘dear’를 써서 3월을 의인화했다. 발상이 기발하다. 봄이 시작되는 3월.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달이 3월이다. 애인보다 친구보다 반가운 손님. 모자를 벗은 3월에게 할 말이 많으니 ‘어서 2층으로 올라가자’고 재촉하는 시인이 귀엽다.

 

3월과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4월이 찾아왔다. 4월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닫으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재미있다. 쫓기지 않고 천천히 3월을 즐기고픈 마음이 읽힌다. 사랑하는 3월이 오자 비난도 하찮고 칭찬마저 하찮게 여겨진다는 고백. 경쾌하게 시작한 시의 마지막을 지긋이 눌러주는 솜씨 또한 대가답다. 이런 시를 쓴 디킨슨이 생전에 시집을 한 권도 내지 않았다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순수함을 유지했고 그래서 ‘3월'처럼 독창적인 시가 나오지 않았나.

 

2월 중순에 두꺼운 겨울 코트를 세탁소에 맡겼다. 꽃샘추위에 떨지언정 너무 일찍 3월을 맞은 조급함을 후회하지 않으리.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 3월에게 (Dear March: 원문 번역)

     

    3월아, 어서 들어와!

    널 보니 얼마나 기쁜지!

    전부터 너를 찾았었지

    모자는 여기 내려 놔-

    너 많이 걸었구나-

    숨에 차 헐떡거리네!

    3월아, 요새 어떻게 지내?

    다른 애들은 어때?

    ‘자연’은 잘 있겠지?

    오, 3월아, 나랑 어서 2층으로 올라가자,

    너한테 할 말이 아주 많아!

     

    네 편지 잘 받았어, 그리고 네가 보낸 새들도;

    단풍나무들은 네가 온 줄 알지 못했는데-

    내가 알려주자 얼굴이 얼마나 붉어지던지!

    그런데 3월아, 나를 용서해 줘-

    네가 물들여 달라고 부탁한 저 언덕들;

    적당한 자줏빛이 없어서 그냥 놔뒀어,

    네가 떠날 때 (자주색을) 다 가져갔잖아

     

    누가 문을 두드리니? 어머 4월이잖아!

    어서 문을 닫아!

    나는 쫓기지 않을 거야!

    일년 동안 밖에 나가 있던 사람이

    내가 널 맞이하느라 바쁠 때 날 부르네

    하지만 네가 오자마자,

    하찮은 것들은 정말 하찮아 보여

    비난도 칭찬만큼이나 소중하고

    칭찬도 비난처럼 대수롭지 않지.

     

     

    DEAR March, come in!

    How glad I am!

    I looked for you before.

    Put down your hat—

    You must have walked—

    How out of breath you are!

    Dear March, how are you?

    And the rest?

    Did you leave Nature well?

    Oh, March, come right upstairs with me,

    I have so much to tell!

     

    I got your letter, and the bird’s;

    The maples never knew

    That you were coming,—I declare,

    How red their faces grew!

    But, March, forgive me—

    And all those hills

    You left for me to hue;

    There was no purple suitable,

    You took it all with you.

     

    Who knocks? That April!

    Lock the door!

    I will not be pursued!

    He stayed away a year, to call

    When I am occupied.

    But trifles look so trivial

    As soon as you have come,

    That blame is just as dear as praise

    And praise as mere as blame.

     

    -Emily Dickinson (1830∼1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