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가치 팽개친 패거리 좌파 -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 2019-09-04]
▲ 이동훈 논설위원 |
조국 사태 본 국민은 묻는다
좌파가 도덕·가치 버리고 패거리 정신으로만 뭉치면
조폭과 무엇이 다른가
1980년대는 좌파 대량생산의 시대였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대학은 좌파를 양산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좌파 이론이 해금됐고 각종 사회주의 원전이 쏟아져 들어왔다. 피가 뜨거웠던 젊은 학생들은 밤을 새워 탐독했다.
장차 '사회주의 혁명가', 혹은 '수령님의 전사'가 되겠노라고 맹세하는 학생도 여럿 등장했다.
운동권 주류 주사파는 골방에 모여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을 외치며 한민전의 교지를 외웠다.
대한민국에서 정상 교육을 받고 자란 20대가 수령론에다 세습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럼에도 주사파 학생들은 "북한 체제가 남한 군사파쇼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서로 등을 두드려가며 억지 이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다른 한쪽에서 사회주의 무장혁명을 부르짖으며 레닌의 경전을 밑줄 쳐가며 읽는 그룹도 있었다.
그들 간에 격렬한 논쟁도 벌어졌다.
3저(低) 호황으로 고도성장하던 대한민국을 두고 '반제반독점민중혁명'을 하자 하고, 다른 쪽에선 '반제반봉건혁명'을 하자고 했다.
벼락치기 공부하면 기초가 부실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좌파는 자유·인권·생명존중이란 좌파의 기초 과목이 부실하다.
게다가 잘못된 교과서로 공부했으니 그 정도가 심했다.
서구에선 사회주의로 인정조차 않는 봉건 왕조 체제를 떠받드는 주사파가 대한민국 좌파의 다수 세력이다.
민주화가 착착 진행되던 남한 정부를 타도 대상이라면서 '인권 지옥' 북한은 내재적 접근을 통해 이해하자 했으니 말해 뭐 하겠나.
그런 벼락치기 좌파들에게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망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북한은 인민을 굶겨 죽이는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기껏 대리점을 열었더니 본사가 망했다.
급조 좌파들은 가치 혼돈에 놓였다.
그 와중에 180도 전향한 이도 있고, 고의적 무관심과 함께 떠나간 이도 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위선과 이중성을 체화한 이도 있었다.
'입 진보'들이 탄생한 것이다.
심리학 교과서에 따르면 스트레스, 불안, 혼란 상황이 닥치면 인간은 심리적 방어기제를 만든다고 한다.
혼돈 속 좌파들의 끼리끼리 동료의식은 더 단단해졌다.
가치와 지향을 내려놓고 패거리 의식으로 뭉쳤다.
그때 그렇게 양산된 부실 좌파들이 어느덧 40~50대로 대한민국의 주류 세대가 됐다.
몇몇은 권력층이 됐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대표 주자다.
한 달 가까이 이어온 조국 사태를 보면서 국민이 기막혀하는 첫 번째 대목은 그가 해온 번드르르하고 고상한 말이 자신의 삶과 완벽하게 어긋나는 일이다.
위선을 넘어선 그의 무치(無恥)에도 많은 이가 혀를 내두른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가치 혼란을 겪은 부실 좌파류(類)의 흔적이 역력하다.
국민이 기막혀하는 두 번째 대목은 이런 조 후보자에 대한 좌파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일방적 옹호다.
사퇴 타이밍을 놓친 조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여권 전체가 돌변했다.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말하던 좌파 인사들이 낯을 바꿔 변호하기 바쁘다.
황당한 궤변도 거리낌 없이 늘어놓는다.
청와대는 조국 수호 총동원령을 내렸다.
온갖 여론 조작 방법이 동원되고 군사작전 하듯 임명을 밀어붙인다.
정의당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법과 불의한 장관 후보자 임명을 바꿔먹으려 한다.
늘 말해오던 도덕이나 지향하던 가치는 온데간데없다.
애초 도덕이나 가치란 게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깃발은 간데없고 동지들만 남았고, 끼리끼리 다 해먹자는 권력의지만 나부낀다.
좌파가 도덕과 가치를 내팽개치고 패거리 정신으로 뭉치면 조폭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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