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反인도적인 평등? -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 2017.05.02]
[46] 알렉시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
프랑스혁명을 일으킨 민중이 즉각적이고 완전한 '앙시앵 레짐(구체제) 청산'을 소리 높이 외치게 된 데는 국민성도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당시 프랑스 민중의 비참한 처지와 특권층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 탓도 컸다. 영국도 농업혁명으로 무수한 농민이 경작지를 잃고 도시 빈민굴에 군집하고, 산업혁명의 극심한 부작용으로 노동자의 생계 대책이 막연해질 때 민중혁명의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그러나 영국 민중의 고난은 특권층의 수탈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연발생적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부분이 컸기에 합법적인 개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작년 가을 이후 서울의 광장들엔 평등을 갈망하는 격렬한 구호가 넘쳐났다. 그런데 평등보다 우선적 가치인 인도주의는 실종된 듯했다.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 누적된 사회적 불평등에다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인한 빈부의 격차가 민중의 평등에 대한 갈망을 부풀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점진적 발전이 절대 불가능하지 않고 사실 진행 중이기도 한데 성급하고 분노한 이들은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더라도 평등을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기세다.
평등은 인류의 고귀한 이상이고 가치이다. 하지만 급속한 평등 추구의 결과는 어땠는가. 프랑스혁명은 물론, 공산주의 혁명도 세계 어디서나 예외 없이 혹독한 독재와 민중의 가난으로 귀결되었다. 단시일 내에 평등을 실현하려면 대저택을 없애고 모두 초가집에서 살고, 대통령과 각료들의 목을 비틀고 확성기 쥔 서민이 통치해야 한다. 이건 순리가 아니다.
풍문으로 들려오는 북·미 대협상이 만약 사실이어서 미국이 북한의 핵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의 후견인이 된다면 우리는 동북아에서 외톨이가 되고 만다. 배 밑창이 뚫린 일엽편주가 되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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