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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정치]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길 - 이영작 (조선/ 150602)

설지선 2015. 6. 3. 07:49

[여론&정치]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길 -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조선/ 150602)


司正 대상인 부패 국회로는 '帝王的 권력' 견제 불가능
오픈프라이머리 채택해서 密室·담합 보스 정치 끝내고
재산 정밀 감사로 청렴 높이며 정당들은 '소신 정치' 펼쳐야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 이영작 前 한양대 석좌교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경제는 정부 규제에 꽁꽁 묶여 있고, 국회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야당은 세금에 의한 부(富)의 재분배 제도를 주장하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강요한다. 우파 여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잊고 증세에 의한 복지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한다. 대통령과 전쟁 영웅에게 막말이나 퍼붓고 이권 행각에 열을 올리는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바로 우리 정치수준이다. 금배지 달았더니 3년 새 회사 순익이 15배로 늘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 구(舊)소련에서 보았듯이 부패한 정부와 정치는 경제와 국가를 붕괴시킨다.

지난 연말을 달구었던 정윤회 문건 사태는 무책임한 언론에서 시작되었지만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성완종 사건 역시 우리 경제·기업 구조가 정부 주도이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대로 계속되면 제2, 제3의 정윤회·성완종 파문이 일어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면 충돌한 성완종 파문을 들여다보자.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을 '비리의 몸통'이라고 비난한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의 불투명한 경제사범 특별사면이 만들어 낸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은 원인 제공자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하고,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수혜자라고 비난한다. 분명한 것은 돈을 깔아놓으면 만사형통으로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고, 정부 용역도 받고, 특별사면도 받을 수 있고, 국회의원도 되고, 금융권도 주무른다는 사실이다. 사정(司正)의 대상이 되는 부패한 정치와 국회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과 불투명한 통치행위를 견제하지 못한다.

우리 민주주의는 갈 길이 멀다. 제도가 완성되고, 정치인들이 깨끗해지고 소신이 있어야 한다. 미국과 서구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는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를 부유하게 한다.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 쟁취한 대통령 직접선거 제도가 곧 민주주의는 아니다. 단지 시작일 뿐이다. 정치 보스에 의한 밀실(密室) 정치가 종식되고 민주주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다음 단계다. 밀실 정치는 반드시 부패한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대통령 선거제도와 의회제도를 채택하였지만 민주주의는 100년이 지난 1890년 시작되어 30년이 걸린 정치 개혁으로 정착되었다. 그 핵심은 정치 보스들의 부패한 밀실 담합에서 정치가 해방된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계파 보스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밀실공천 제도를 종식시키고 미국과 같이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완전국민경선) 제도를 채택하면 국회는 민주주의 원칙을 따르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국회는 가장 후진적인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것이며, 계파 보스가 없는 깨끗한 국회는 대통령과 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재산 공개를 한다.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최고의 재테크 실력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재산도 늘었다. 중국에서 자서전이 많이 팔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많은 유권자는 못 믿겠다거나 최소한 고개라도 갸우뚱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은 해마다 의무적으로 재산 공개를 하지만 부정부패는 만연한다. 해마다 10% 정도의 재산 공개를 무작위로 정밀 감사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고위 공직과 국회의원 재임 기간에 증식된 재산은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유재산권 운운하려면 고위 공직이나 정계 진출은 꿈꾸지 말아야 한다. 고위 공직과 정치가 더 이상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을 때 정치도덕과 국민의 신의가 바로 설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청렴한 정치인,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의회, 소신의 정치를 요구한다. 지난 5월 7일 영국 의회선거에서 보수당은 일자리 창출과 작은 정부를, 노동당은 당당하게 증세에 의한 복지를 약속하였고 영국 국민은 보수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노동당은 보수당의 입법권을 존중할 것이고, 차기 승리를 위하여 절치부심할 것이다. 소신정치의 교훈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하여 우리 국민은 우파 정권을 선택하였다. 소수파인 좌파는 우파의 정책과 입법권을 존중하고 차기를 준비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우파 정당으로 당당하게 우파답게 행동하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를 존중할 줄 알아야 다음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여야 모두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 정치가 아직도 멀었다는 증거다.

헌법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가 정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가 밀실에서 해방되고,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청렴해지는 개혁과 더불어 소신정치의 전통 수립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오늘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가를 부유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