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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는 노인들.."죽으면 내 시신 좀 가져가 주오" - 이재윤 기자 [머니투데이/ 150308]

설지선 2015. 3. 8. 13:44

버림받는 노인들.."죽으면 내 시신 좀 가져가 주오" - 이재윤 기자 [머니투데이/ 150308]

[취재여담] 줄 잇는 독거노인 '시신기증'…유골돼서도 버림받는 부모도


"죽고 나서도 자식들이 돌봐주지 않으실 걸 뻔히 아니까 대학이나 시민단체를 통해서 기증하겠다고 하시는 거죠. 죽어서도 갈 곳이 없으니 좀 받아달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을 때면 가슴이 정말 많이 아픕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 신모씨)

'시신기증'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망 후 자신의 시신을 의학발전과 질병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에 기증하는 것이죠. 인체를 알아야 하는 의대생과 의료연구자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아무리 숨을 거뒀다지만 자신의 신체를 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내줄 수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남을 위해 내놓는 숭고한 일입니다.

시신기증을 하면 목적에 따라 해부가 진행되고 연구가 끝나는 1~3년간 장례도 치를 수 없습니다. 부모가 주신 머리카락 한 올도 소중히 여기라고 교육받아온 유교적 사상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절대 쉽게 결정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고인의 뜻을 받들어 시신을 기증받은 대학에선 최소한의 예의로 화장 등 장례비용 등을 지원합니다. 시신기증자가 가장 많은 한 대학에선 이분들만을 위한 납골당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화장 후 유골을 유족에게 돌려줍니다.

하지만 이런 숭고한 뜻이 담긴 시신기증이 한순간 비극으로 뒤바뀌기도 합니다. 대다수가 좋은 뜻에서 가족들과 상의를 통해 연락이 오지만 죽음을 앞둔 고령의 노인이 스스로 시신기증을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죽고 나서 자식들이 장례도 치르지 않을 것 같으니 스스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연락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자식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말을 잇기 힘들었습니다.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직접 전화기를 들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부모와 함께 살지 않은 자식들이 늘어나면서 우리사회 안타까운 민낯이 나타나는 단면입니다.

시신기증을 받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독거노인들이 직접 시신기증을 받는 곳에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족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실제 기증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전화를 받을 때마다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직접 시신기증을 신청하는 노인들보다 더한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가 사망한 뒤 연락을 취해오는 자식들입니다. 이들은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부모의 시신기증을 신청한다고 합니다.

이미 사망한 이후고 유족들이 시신기증을 하겠다고 하는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연구를 마치고 장례절차를 밟아 유골을 돌려주기 위해 유족에게 연락을 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고 합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내놓는 시신기증이 한순간 불효자식의 고려장이 돼버린 것입니다. 개개인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골이 되어서까지 자식들에게 외면당한 부모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얘기만 들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했습니다.

자식들만 손가락질 할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정말 장례비용도 마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가난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는 자식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입니다.

처음 시신기증에 대한 취재를 시작할 때는 시신 기증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와 장례절차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기증자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대우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취재를 할 수록 우리사회의 그늘진 모습이 드러나 안타까웠습니다. 시신기증이 갖는 숭고한 의미가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에 밀려 퇴색돼 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노인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재윤 기자 트위터 계정@mton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