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 "정치는 허업(虛業)"
그는 대통령은 못되었지만 대통령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한 사람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부인상을 당한 김종필 전 총리를 문상하고 있다. 김 전 총리도 정치인들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한국 현대 정치를 형성해온 인물. 언론인 조갑제 씨는 지난 2013년 12월에 김 전 총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그 글을 다시 옮긴다.
글 | 조갑제(趙甲濟) - 조갑제닷컴대표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2월 23일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떠나려 하자 김 전 총리가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까지 나와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조선DB. |
정치는 말에서 시작되고 말로 끝난다. 정치의 수준은 말의 수준이기도 하다. 6년 전, 칩거 중이던 金鍾泌(김종필) 전 총리를 만났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실업인으로 갔으면 돈관이나 모았을 텐데 정치가는 虛業(허업)입니다. 實業(실업)은 움직이는 대로 과실을 따니까 실업이지요. 경제하는 사람들을 왜 실업가라고 하냐면 과실을 따먹거든. 정치하는 사람은 이름은 날지 모르지만 속은 텅텅 비었거든. 나도 2~3년 후에는 어떻게 살까 걱정이여."
'정치는 虛業이다'는 말이 5·16 군사혁명을 기획, 한국인들의 운명을 바꾼 大政客(대정객) 입에서 나왔다. 그는 대통령은 못되었지만 대통령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한 사람이다. 어제 오랜만에 金 전 총리가 공개석상에 나타나 향기 있는 말을 했다. 박정희와 김종필이 주도한 1961년 5월16일의 군사혁명은 근 800년 만에 군인들이 집권한 민족사의 대사건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한 권력의 기반을 만든 두 사람이 知性(지성), 感性(감성), 교양 등 모든 면에서 당대 최고 엘리트였다는 게 한국의 축복이었다. 좌익 정치인들의 막말이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가운데 새삼 애국심과 교양을 갖춘 정치인들이 정치판을 덜 살벌하게 만들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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