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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聯美和中(연미화중)'을 하려면 / 지해범 중국 전문기자 (조선/ 120914)

설지선 2012. 9. 7. 09:51
[전문기자 칼럼] '聯美和中(연미화중)'을 하려면 / 지해범 중국 전문기자 (조선/ 120914)
 
지난달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한국 외교의 해법이 제시됐다.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함), 연미연중(聯美聯中·미중과 모두 연대함), 구동화이(求同化異·같은 점을 찾고 다른 점을 없앰) 등이다. 이들 해법은 공통적으로 미국 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미중 간 '균형 외교'로 갈 것을 주문한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냉혹한 국제 현실은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종합 국력과 국제적 위상으로는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인식은 우리의 기대와 거리가 멀다. 현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착각이다. 중국은 늘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해왔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즉 '남북한에 의한 평화적 통일'만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미군 등 외세가 개입하거나 한국 주도의 흡수 통일은 반대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이 철수 또는 철수 약속을 할 때까지 남북통일을 반대하고 저지하려 할 것이다. 중국이 북중 변경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백두산 점령 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반도를 완충지대로 생각하는 중국은 한미 동맹이 유지되는 한 '북한 끌어안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2009년 여름 후진타오 주석이 조장(組長)인 한반도외사영도소조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불전(不戰·전쟁 방지), 불란(不亂·혼란 방지), 무핵(無核·비핵화)'의 여섯 글자로 압축했다. 한반도 전쟁 방지와 북한 정권의 안정을 비핵화보다 중시한다는 원칙이다. 중국은 이를 행동으로 증명했다.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미사일 실험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빗발칠 때 중국은 한국에 자제력 발휘를 요구했고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생필품 지원을 유지했다. 이런 중국에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력을 주문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6자회담 역시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보다 북한 달래기에 필요한 비용을 한미에 전가(轉嫁)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2013년 출범할 한국의 차기 정부는 더욱 어려운 국제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대두와 미국의 아시아 회귀가 동북아의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으며, 일본의 극우화(極右化)는 한·중·일의 신뢰를 근본부터 허물고 있다. 이런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이 주도할 공간은 넓지 않다. 그렇다고 '중국은 갑(甲), 한국은 을(乙)'식의 저자세 외교로 생존을 모색할 수도 없다. 지금은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때다.

한국이 갈 길은 미국과 중국 모두의 마음을 얻으려 애쓰기보다 두 강대국이 서로 한국을 필요로 하도록 몸값을 올리는 데 있다. 그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자주국방의 역량을 키워 북한의 도발과 주변국의 주권 침해를 예방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술력과 상품경쟁력·문화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며, 셋째는 장기적으로 남북한의 경제적·심리적 통합을 추진해나가는 일이다. 이 세 가지 근본을 다질 때 우리는 '연미화중'의 큰 그림을 그리고, 중국과도 진정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