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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칼럼] 민주당과 안철수의 單一化 샅바 싸움 (조선/ 120502)

설지선 2012. 5. 2. 11:32
[김창균 칼럼] 민주당과 안철수의 單一化 샅바 싸움
김창균 논설위원 (조선/120502)
제3 후보 해본 이인제·정몽준, '정당 기반 없는 지지는 신기루'
해답은 민주·安 단일화뿐인데 野는 '제2 정몽준' 삼으려 하고 安 아버지는 '경선 없이 추대'
동상이몽 속 신경전 막 오르나

이인제 자유선진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3 후보' 안철수의 운명을 점쳐 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제3 후보, 그거 내가 해 본 일 아니냐"고 했다. 1997년 대선 때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득표율 18.9%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 39.7%,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38.2%에 이어 3위를 했다.

이 위원장의 '제3 후보' 경험담은 이랬다. "국민 지지 하나 믿고 (신한국당을) 뛰쳐나갔다. 대선 두 달 앞두고 신당을 만들었을 때 여론조사에서 내가 38%로 1위, 김대중 후보가 36%로 2위, 이회창 후보가 17%로 3위였다. 여야 양쪽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일주일 만에 지지율이 20%로 반 토막 났다. 대선은 세력 대(對) 세력 싸움이다. 제3 후보에게 모였던 국민 지지는 순식간에 흩어진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2002년 대선 때 제3 후보였다. '2002년 정몽준'과 '2012년 안철수'는 닮은 데가 많다. 안 교수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물으면 "대학 연구소 돌보는 일만도 정신이 없다"고 한다. 10년 전 정 의원은 "월드컵 치르느라 다른 생각 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안갯속에 몸을 감추고 출마 선언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안 교수가 탈(脫)정당 이미지를 위해 여와 야 양쪽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2002년 정 의원은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은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선판은 박근혜와 안철수가 앞서 가고 민주당 문재인 고문이 뒤를 쫓는 구도다. 2002년 대선 넉 달 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30%대 초반 지지율로 1·2위를 다퉜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그러나 대선 D-25일에 실시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4%포인트 차로 정 후보에게 역전승을 거뒀다.

정치판이 '안철수 신드롬'에 휩싸였던 작년 9월 정몽준 의원은 "2002년 월드컵 직후 제가 누린 인기도 신드롬에 가까웠다"면서 "그러나 정치·제도적 기반이 없는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라고 했다. 정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민주주의란 곧 정당정치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번엔 제1당의 대선 후보가 되겠다며 지난 일요일 출마 선언을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고건 전 총리가 '제3 후보'로서 주목받았다. 고 전 총리는 지지율 30%를 웃돌면서 2005년 말까지 1위를 지켰다. 그러나 2006년 초부터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과 3강(强) 구도를 형성하더니 서서히 선두권에서 밀렸다. 고 전 총리는 대선이 열리는 2007년 1월 벽두에 불출마 선언을 했다.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제3 후보는 모두 실패했다. 이인제·정몽준·고건은 각각 다른 코스를 밟으며, 1·2당 후보 중 한쪽의 승리를 거들었다. 안철수 교수가 만일 제3 후보로서 완주(完走)하는 '이인제 코스'로 가면 야권(野圈) 지지층을 쪼개며 새누리당의 집권을 돕게 될 것이다. 안 교수가 제풀에 주저앉는 '고건 코스'도 민주당에 도움이 안 된다. 안 교수에게 쏠려 있는 반(反)박근혜 정서가 허공에 흩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건 '정몽준 코스'다. 안철수 교수와 박근혜 위원장의 선두 다툼이 몇 달간 계속된다. 찬바람이 불 무렵 민주당이 단일화를 제안한다. 안 교수는 자신의 앞선 지지율을 믿고 단일화에 응한다. 안철수 개인 대(對) 민주당 세력이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든다. 마침내 대역전극이 벌어지고, 거기서 발생한 '단일화 태풍'이 '박근혜 대세론'을 덮친다.

안철수 교수도 원탁회의 사령부와 나꼼수 응원단이 뒤를 받치는 민주당·진보당 연합군에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맞서는 건 역부족이라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안 교수 아버지 안영모씨가 국제신문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 흥미를 끈다. 안씨는 "내가 성격을 봐서 아는데, 큰아이(안 교수)는 (민주당이) 경선하자고 해도 절대 경선은 안 한다"고 했다. 안씨는 또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평가절하하면서 "결국 안철수 대 박근혜 구도가 안 되겠나"라고 했다. 박근혜와 겨룰 만한 상대는 안철수뿐이니, 민주당은 쩨쩨하게 경선을 요구하지 말고 안 교수를 후보로 추대하라는 주문이다. 안 교수는 아버지 말에 대해 가타부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철수 교수를 '제2의 정몽준' 같은 제물로 삼고 싶어한다. 안 교수는 안 교수대로 대선 전투에 필요한 제1 야당 조직을 피 흘리지 않고 손에 넣고 싶을 것이다. '단일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는 민주당과 안철수 교수의 샅바 싸움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