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강백년(姜栢年)에게 제 빈한한 처지를 투덜댔다. "자네! 춥거든 추운 겨울 밤 순찰 도는 야경꾼을 생각하게. 춥지 않게 될 걸세. 배가 고픈가? 길가에서 밥을 구걸하는 아이를 떠올리게.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네." 옛말에도 "뜻 같지 않은 일을 만나거든 그보다 더 심한 일에 견주어 보라. 마음이 차차 절로 시원해지리라"고 했다.
'언행휘찬(言行彙纂)'에 수오탄비(羞惡歎悲), 즉 인생에 부끄럽고 미워하고 탄식하며 슬퍼해야 할 네 가지 일을 꼽은 대목이 있다. 그 글은 이렇다. '가난은 부끄러울 것이 없다. 부끄러운 것은 가난하면서도 뜻이 없는 것이다. 천함은 미워할 만한 것이 못된다. 미워할 만한 것은 천하면서도 무능한 것이다. 늙는 것은 탄식할 일이 아니다. 탄식할 일은 늙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다. 죽는 것이야 슬퍼할 것이 못 된다. 슬퍼할 것은 죽은 뒤에 아무 일컬음이 없는 것이다.(貧不足羞, 可羞是貧而無志; 賤不足惡, 可惡是賤而無能; 老不足歎, 可歎是老而無恥; 死不足悲, 可悲是死而無稱.)'
다시 네 가지 경우마다 한 구절씩을 꼽았다. '선비 절개 가난에서 굳세어지고, 고인(高人)의 뜻 병중에 자라나누나(貧堅志士節, 病長高人情).' 이것은 백거이(白居易)의 시다. 가난과 질병은 뜻높은 선비의 정신마저 꺾지는 못한다. '주머니 비자 배움 더욱 넉넉해지고, 집 가난해 사람 더욱 우뚝해지네(囊空學愈富, 屋陋人更傑).' 소식(蘇軾)의 작품이다. 빈천(貧賤) 속에 학문이 깊어지고 의기가 더욱 솟아난다. 박차고 일어서야지. '늙을수록 더욱 씩씩하고, 궁할수록 굳세야 한다(老當益壯, 窮當益堅).' 마원(馬援)의 말이다. 노익장(老益壯)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늙어 주눅든 모습처럼 보기 민망한 것이 없다. '살아서는 뜻을 빼앗을 수가 없고, 죽어서는 이름을 빼앗을 수가 없다(生則不可奪志, 死則不可奪名).' '예기(禮記)'의 구절이다. 남이 뺏지 못할 뜻과 이름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해야지, 남이 안 알아주는 것을 탄식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미워할 것(羞惡)은 빈천이 아니다. 그 앞에 기가 꺾여 제풀에 허물어지고 마는 것이다. 탄식하고, 슬퍼할 일(歎悲)은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아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망령 떨고, 이룬 것 없이 큰소리치다가 죽자마자 잊혀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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