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혁명' 쓴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
노년의 빛깔은 통상 '실버(silver)'로 정의되지만, 최근 '노화혁명'(하서)을 낸 박상철(61) 서울의대 교수는 "노년의 빛깔은 능동적이고 찬란한 '금빛'"이라고 주장한다."나이 들었다고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늙자"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은 그간 '100세인 이야기', '웰 에이징' 등의 저서를 통해 '장수인(人)' 이야기를 해 왔던 박 교수가 '고령화 사회'로 바뀐 관심사를 반영한 첫 책이다.
- ▲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미래사회의 고령화 대책은 노인들이 요양원이나 양
- 로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더불어 늙어갈 수 있는‘향거 장수(Aging in
- Place)’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2004년 영국 런던에서 노인들을 위한 사회참여기관 '제3기 인생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는 75세 노인을 만났어요. 아프리카에서 3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역사를 가르치고 있더군요. '보수는 얼마나 받냐'고 물으니 오히려 '1년에 80파운드를 내고 가르친다'고 답해 깜짝 놀랐어요. '연금을 받고 있으니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는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너무나도 달라 참으로 신선했지요."
그는 우선 "'노화'와 '죽음'을 동일시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늙은 세포와 젊은 세포에 동시에 독성물질을 투여했더니 젊은 세포는 죽었지만 방어기제가 강한 늙은 세포는 살아남았어요. 노화현상을 죽음의 전 단계가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결과로 바라본다면 많은 노인들이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오랫동안 그에게 학문적 연구주제이기만 했던 '장수'와 '노화'는 지난해 환갑을 맞으면서 '내 이야기'가 됐다. "내일 모레면 정년이라고 생각하니 남의 일같지 않더라고요. 당장 요리부터 배웠어요. 아내로부터 독립하려면 밥하는 법부터 알아야 할 것 같았거든요. 많이 걷기 위해 자가용도 딸에게 줘버리고 판교 집에서 혜화동 직장까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 시작했죠."
10여년 전 한국무용을 배워 노인들에게 '장수 춤 체조'를 보급하고, 지난해엔 중·노년 남성을 위한 요리교실 '골드 쿡' 과정을 개설하기도 한 박 교수는 "살아있는 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생명을 지키는 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