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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발표] '6·25전쟁의 세계사적 의미' 김명섭 연세대 교수 (조선/010630)

설지선 2010. 6. 30. 10:16

김좌진·김구·이승만… "그들이 反帝反共을 외치지 않았더라면"

이한수 기자 (조선/ 2010.06.30)

한국현대사 속 '반제반공주의' 역할 다룬 논문 발표한 김명섭 교수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홍수 속에 과감히 둘 다 거부한 지도자들
반제공산주의 對 반제반공주의… 6·25는 두 사상의 대결이었다"

"6·25전쟁으로 한국에서 반공주의(反共主義)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1920년대부터 이미 히로히토(제국주의)와 스탈린(공산주의)에 모두 반대하는 반제반공주의(反帝反共主義) 사상이 있었고, 이 사상으로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지켜질 수 있었다."

냉전 시기 세계지도를 보면 동(東)베를린부터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 빨간색으로 칠해졌는데 한반도 남쪽만 파란색이었다. 스탈린과 모택동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북한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까지 겪으면서도 한국은 어떻게 공산화를 막아낼 수 있었을까.

    ▲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한국의 반제반공주의 독립운동가들은‘히로히토와 스탈린 중 누구를 더 피해야 하나’라는 어려운 질문이 던져졌을 과감히 둘 다 반대하는 길을 택했는데, 그들이 옳았다”고 말했다. /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김명섭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3일 6·25전쟁6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주최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현대사에 나타난 반제반공주의의 역할을 다룬 논문 '6·25전쟁의 세계사적 의미'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일시 귀국한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명쾌한 답변이 될 수 없다"며 "똑같이 미국의 대량원조를 받았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유교문명과 인도 불교문명의 영향을 받은 남(南)베트남은 공산화된 반면, 한국이 공산화를 끝까지 거부한 것은 '반제반공주의'라는 사상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프랑스 제국주의에 저항하고 공산주의에도 반대한 지도자가 없었던 반면,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와 공산주의에 동시에 반대한 지도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명섭 교수는 한국의 '반제반공주의' 지도자로 김좌진·김구·이승만 등을 들었다. 1920년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김좌진은 공산주의에 반대했으며, 결국 공산주의자에게 암살되는 비운을 맞았다. 김구는 공산주의자 청년들이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아버지를 서로 대신 죽이기 위해 조직한 '살부회(殺父會)'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코민테른 추종노선을 철저히 반대했다. 이승만은 1923년 '공산당 당부당(當不當)'이란 논설을 통해 공산주의의 '평등 지향'은 수용할 수 있지만, '재산공유·자본가 철폐·지식계급 부정·종교단체 혁파·국가 부정' 등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6·25전쟁은 브루스 커밍스 등 수정주의 학자들이 주장하듯 '항일투쟁세력 대 친일세력 간의 내전'이 아니라 '반제공산주의 대 반제반공주의 사이의 전쟁'이었다.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김좌진의 반제반공주의를 계승한 광복군 출신 이범석과 지청천이 광복 후 조직했던 조선민족청년단과 대동청년단, 북한 지역에서 반제반공주의 노선을 견지했던 조만식의 비서를 지낸 백선엽, 낙동강 전선을 방어한 항일 독립운동가 김홍일 등 반제반공주의 선각자들이었다.

김 교수는 또 아나키스트 유림(柳林), 사회주의자 조소앙 등을 '반공 좌파'로 규정하면서 이들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조소앙은 코민테른 노선을 거부하고 반공 사회주의적 삼균주의(三均主義)에 기초해 대한민국 건국강령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유림은 '오직 사상으로써만 사상을 막을 수 있다'며 아나키즘에 입각한 반제반공 입장을 천명했다.

김명섭 교수는 "20세기 서구 지식인들에게 '히틀러와 스탈린 중 누구를 더 피해야 하나'라는 것이 큰 정치적 질문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독립운동가들에게 '히로히토와 스탈린 중 누구를 더 피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반제반공주의 지도자들은 과감히 두 명의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처럼 매우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며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켜 오늘의 발전을 이루는데 토대를 놓은 반제반공주의 지도자들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