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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설지선-가황자료실/남인수★가요일생

[스크랩]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2)/김은하(남인수의 부인)

설지선 2008. 3. 11. 10:14

비교적 여자들이 따르는 남편

 

가수라는 직업이 하나의 화려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항상 여자들이 따르는 형편이다.

그것은 얼굴이 잘났다던가 또는 어떤 묘한 전술을 쓴다던가 해서가 아니라 남편의 인간성이 퍽 인정이 많고 또한 독신으로 자라난 탓으로 퍽 고독감에 사로잡히는 순간도 있고 한데 이것이 그만 그의 인간성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성격이 모든 면에서 치밀하기 때문에 잔 인정이 많다.

웬만한 남성들이 무관심하고 무신경한 일에 나의 남편은 신경을 쓰고 또한 동정하다 보면 상대방의 여성들은 요런 세세한 감정에 감탄하고 넋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몰지각하게 덤벼든다. 이것을 용단성 있게 뿌리칠 수도 없는 것이 인간의 상정이 아닐까.

이러한 요소들이 항상 꼬리를 물고 다니다 보면 가정을 한동안 비우게 한다. 처음에 당할 때는 속이 끓고 남의 일 같기도 하고 해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지금 헤아려 본다면 수억밤이나 잠을 못 자고 뜬 눈으로 새운 것 같다.

잠을 청하다가도 이 순간에 내 남편은 어데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이 들기만 하면 잠이 밤새도록 오지 않으며 공상의 날개를 달고 방황하기가 일쑤이다.

그래도 결코 오래 가지 못하여 다시 남편은 자기의 잘못을 빌고 있으며 원상복구를 간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제하는 동안에 여성편에서 물러나가는 법은 결코 없다. 반드시 남편이 먼저 툭툭 털고 일어나지 않는 한 여성측에서는 물러나갈 꿈도 꾸지 않는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볼 때 선천적으로 여복, 좋게 말해서 타고난 남성이라고 보아 줄까.

어차피 여성들을 끌고 다니는 지남석이 붙어 있지는 않기를 아내 된 나로서는 바라는 바이지만 비슷한 무엇이 있는 것만은 사실인 상싶다.

 

석 달 이상은 가지 않을 터

 

이제는 남편의 눈치가 달라지면 나는 옛날 같이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당신 요새 또 눈치가 이상해요."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한번 같이 만나보도록 해요."

이런 대화가 교환이 된다. 그러면 나는 상대방의 여자를 만나 보고야 만다. 그래서 이 여자는 며칠짜리라던가 또는 몇 달짜리 등으로 내 딴에는 규정을 지어 버린다.

그러면 틀림이 없이 그렇게 못 가서 헤어지고 마는 것이다.

남성들은 이상하다. 처음에는 한 여성에게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다가 나중에는 반드시 자기의 아내와 비교를 하게 된다.

그래서는 아내가 낫다는 결론을 내리면 그만 가정이 그리워지면서 아내의 품 안으로 돌아오게 되는 거이다.

나의 남편 경우를 생각해 보드라도 이제까지 헤아릴 수 없이 나의 속을 태우며 밤잠을 이룰 수 없게 하였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집을 비운 예는 없다.

 

가정에 있어서의 남편

 

가정에서는 맏딸 명자(明子, 열세 살)와 열 한살짜리의 명주(明珠)가 있다.

그리고 맏아들로 일곱 살짜리 대우(大祐)와 세 살짜리 대익(大翼)이가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들이라 모습이 꼭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 남편은 어린 것들을 퍽 귀애하고 있으며 어느 가정 못지않게 가정에서는 어린이를 위주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

잠시도 잠잠할 때가 없을 정도로 애들에게 노래 가르치기에 열중한다. 그야말로 가족음악회가 벌어지는 것이다. 큰 딸에도 제법 목소리가 좋아서 노래 공부를 열심히 한다.

피를 받은 탓이리라 생각하고 그다지 만류하지는 않는다.

보통 괄괄한 여성 이상으로 남편은 섬세하지만 가정에 있어서의 남편은 별로 잔소리가 없다.

그것은 내 자신의 성격이 남편은 따르지도 못할 정도로 무섭게 깔끔하고 섬세한 탓으로 불만을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이것은 결코 내 자랑이 아니라 나의 성격인 탓이다.

독서도 하고 어린이들의 시중들기도 하고 아주 원만한 가장으로 위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항상 앞날을 설계하고 어린이들의 장래를 이야기하면서 웃음의 꽃이 핀다.

"오래도록 살아오지만 당신의 결점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수"

늘 뇌까리는 남편의 말이다.

"왜 있지 않아요?"

"아니 무언지 말해 봐. 나는 모르겠는데"

그러면 나는 서슴치 않고 "고집쟁이"하면 남편은 악의 없는 웃음을 웃어 버리고 만다.

남편의 성격으로 보아서 싫은 억지 생활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인품이다.

아무리 어린 것들이 매달리고 세상이 고함을 지르면서 으르렁대어도 절대로 자신이 싫으면 하루도 살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빤한 일이다. 오랫동안의 생활을 통하여 얻어진 하나의 결론인 것이다.

그러나 절대 나의 남편의 경우에는 가정이 항상 자랑거리이며 움직일 수 없는 확고부동한 사랑의 보금자리라는 인식을 뿌리 깊게 박혀져 있다.

때때로 있을 수 있는 일들. 그리고 세상의 남편들이 어찌 외도를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여성잡지에서는 남편의 외도 방지법이니 무슨 비결이니 하지만 나의 견지에서는 하고 싶은 일은 싫건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는다.

하고 싶은 마음을 꼭 가진 남편에게 어떤 비결도 방법도 그다지 소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내가 된다는 기쁨을 맛보므로서 거기에 따르는 고통의 댓가를 받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었던 것이다.

그런 탓으로 나는 이제는 그다지 초조하게 굴지 않으며 그저 담배 연기나 내뿜으면서 타는 속을 가라앉히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만약 어린 것들만 없다면, 하고 생각할 때 결코 지금 내 자신의 덤덤한 자세는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는다.

그것은 나도 기분이 있으며 좋은 것 나쁜 것 알고 얼마던지 멋지게 세상을 '엔조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의 위로로 삼을 수 있는 무기는 될 수 있을망정 일을 올바르게 해결해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4남매의 어린 생명이 나의 일거일동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죄 없는 맑은 눈동자로 무엇인가 말해주고 있는 상싶다.

이런 말 없는 힘이 나늘 오늘날까지 별일 없이 살 수 있게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너무도 황홀했던 젊은 날의 추억.

그리고 가정에서의 남편은 믿음직한 언동이 쇠사슬로 꼭 얽혀 놓아 두는 듯이 나의 가냘픈 몸둥아리를 매어 놓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것들이 이 집안을 위해 퍽 다행한 노릇이라고 본다. (계속)

 


 * 일본 전국 순회 공연시 분장실에서...좌/ 백난아, 중앙/ 남인수, 우/김은하

출처 : 설지선의 옛노래방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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