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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설지선-가황자료실/남인수★가요일생

[스크랩]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3)/김은하(남인수의 부인)

설지선 2008. 3. 11. 10:15

부부는 서로 좋은 점을 보아야

 

남녀가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결점이 없는 인간이란 완전무결한 인간을 말하겠는데 어데 완전무결한 인간이 있을 수가 있을까 생각는다.

아무리 다정하고 모범적인 가정의 부부라고 하드라도 결코 두 부부의 단점이 없는 경우는 별로이 없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의 단점을 가지고 시비를 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서로의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이해를 해야만 그 가정의 현상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위기를 면할 수가 있다고 본다.

나의 남편은 몸이 퍽 약하다. 그래서 가정에 돌아왔을 때 결코 항상 건강한 몸으로 있지를 못했다.

병고로 신음하기가 일수이고 남편의 병간호에 나는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몸이라도 건강해서 나의 마음껏 즐기며 온 집안이 봄날을 맞은 듯이 항상 기쁘기만 해도 좋겠다.

아픈 사람 시중하다 나면 시일은 가 버리고 회복이 되었을 때는 또 다른 여자 품에 안기어야 하니 이렇게 딱한 노릇도 별로이 없겠다. 이것이 그의 단점이라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실망하지 않고 이것은 하늘이 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

나는 별로이 믿는 데도 없다. 그러나 굳은 나의 신념을 믿고 산다. 이것은 아마도 아버지에게서 받은 선천적이 성품이라고 본다.

인위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인간에게는 있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나의 남편의 말이다. 그의 가정에 질서가 잡히지 않고 있으며 그의 몸 상태가 좋아지는 대로 나는 돌아올 것이니 당신이 좀 괴로운 대로 참아야지...한때 아편을 하던 이란영씨도 이제는 완전히 아편을 떼었으며 건강상태가 퍽 좋아졋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건강이 좋아지고 남편 없는 가정의 질서가 잡히면 나는 곧 돌아갈 것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 없는 고로 나는 나 대로 내가 할 도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란영씨만 해도 서로 언니! 언니 하고 있는 사이이며 모르는 처지가 아닌데 도저히 서로가 반목시해서 눈을 붉으락푸르락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자란 언제던지 가정을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무슨 수학의 정리 같이 알고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가정을 버리고 내 기분에서 행동하기를 꺼리끼고 있으며 삼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여자 된 원 도리를 벗어나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만 하면 된다고 믿고 있다.

순간을 못 참겠다고 나가서 무작정하게 덤비면 그 때에는 마지막 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희생은 그다지 애석하지 않다고 해도 어린 것들의 고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해서야 될 일이겠는가.

아무리 무섭게 때리고 욕을 한다고 해도 자식들에게는 제 아비나 제 어미를 제쳐 놓고 사랑해 줄 사람은 세상 온 천지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 마디로 말해서 어린 것들을 위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용솟음치는 내 가슴의 용광로 불길 같은 무서운 것을 꺼 버리려고 발버둥치며 내 몸의 살이 여위고 얼굴에 주름 한 점이 더 잡힐망정 남편이 돌아올 것을 굳게 믿고 참고 있는 것이다. 누가 뭣이라고 하든 나는 그릇된 일은 하지 않으련다. (끝) 

 


출처 : 설지선의 옛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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