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거울과 향기를 그리며…
그대 멀리 떠나가시던 밤,
달도 별도 울고 나도 울었네∼
아, 마냥 감격에 겨운 우리의 가요황제 남인수! 어쩌면 그렇게 당신은 떠나가셨습니까?
아니, 그러면서도 어찌 이런 눈물겨운 노래를 남겨두셨습니까?
당신을 흠모하는 우리들 후대의 가슴은 어떡하라고.
오늘따라 당신의 노래 소리가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어두운 내 가슴엔 상처만 남기고
이 봄이 저물도록 소식 없는 그대여!
작별이란 이렇게도 서러운 것이던가!
당신이 떠난 지 벌써 40여 년, 꼭 당신이 세상을 산만큼 흘렀는데도 당신과의 작별이 어쩌면 그리 생생한지!
아니, 당신이 산 세월이 어쩌면 그렇게 부러운지!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당신의 소리가 울려퍼졌기 때문에.
아아, 진정 축복받은 그 세월을 우리에게는 왜 주지 않으셨는지요.
달도 별도, 아니 우리 모두 서럽습니다.
다시 한번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몸부림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진정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당신의 꾹 다문 입술에서 결의에 찬 인생의 의지를,
세련된 옷차림에서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상냥하고 온화한 미소에서 인생을 이해하는 예지를…
아아, 차라리 샤프한 눈매는 삶의 환희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저 달이 밝혀 주는 이 창가에서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당신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 달이 밝혀주는 하늘 어디에서 박시춘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까? 당신들의 잔치는 하늘에 걸리고 우리는 당신을 찾아 이렇게 눈물집니다.
매정한 당신!
범나비 꿈을 꾸는 꽃밭에 둘이 앉아
개나리 손에 들고 놀리던 시절
<애련한 목소리로 - 여보! 응? 벌써 봄이지? 응!
아 이렇게 속삭이던 봄철도 있었건만>~
당신은 나비! 우리는 문득 나비 꿈을 꿉니다.
개나리 흐드러지게 핀 봄날에. 꽃냄새와 나비의 날개짓이 향기롭습니다.
그래요. 그런 세월이 있었나요?
당신은 꿈입니까?
~세월은 흐르고 두 사람은 흩어져
무정한 바람에, 바람에
낙화만 흩날립니다
당신은 정녕 세월 속으로 떠났습니까? 당신이 읊은 그 많은 인생의 애환을 낙화처럼 흩날리며.
그래요. 당신은 추억입니까?
당신은 우리에게 전설입니다. 당신이 풀어낸 이야기들은 핏빛 꽃잎처럼 오늘에 눈물겹게 되살아납니다.
항구에서 헤어지던 남매의 꿈 같은 추억, 낙화유수 인생살이의 안타까운 꿈,
불꺼진 빌딩 앞에서 님을 기다리는 맹서, 유랑의 들판을 헤매는 청노새의 탄식,
의곡사 종소리 속에 달빛을 받으며 되살아나는 絶色佳人의 환상,
長明燈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운명의 쇠사슬에 몸부림치는 고뇌,
서귀포 바닷물에 엮은 그 옛날 그 추억, 젊은 날 가슴에 심은 사랑 꽃의 안타까움…
당신이 토해낸 이야기들은 역사 속에 스러져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되살렸고,
민족의 情調를 섬세하게 새겼으며, 밤하늘을 가르고 들려오는 우리의 영원한 傳說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 전설의 끝에 노래가 들려오는군요.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마는
눈물로 달래 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어 주나 휘파람 소리!
모든 전설을 매달고 그 끝에 달려오는 世紀末的인 절망의 노래!
아아, 싸늘히 식어가는 숨결처럼 숨을 쉴 수 없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이런 노래를!
차라리 잊으리라 맹서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고나!
그래요. 想思의 파편만 남은 詩語 속에서 처절하게 번져나는 민족의 절망은
오늘에도 等價로 원형질의 두레박을 사람들 가슴 깊이 내려뜨립니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이 두레박질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고,
모두 다 흘러가면 덧없건마는.
외로이 느끼면서 우는 이 밤은
바람도 문풍지에 애달프고나!
달빛의 傳說로 태어나 인생의 한을 풀어 내리는 이 노래는 당신의 진정을 담고 마법의 神話로 자리잡았습니다.
哀愁의 小夜曲!
바로 한국 가요의 첫머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당신은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며 진솔한 노래의 향기를 가진 분입니다.
당신의 거울을 통해 비로소 인생이라는 수수께끼를 비출 수 있으며,
당신의 향기를 통해 외로운 삶의 여정이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모든 것입니다.
아, 구름 위의 빛처럼 마냥 감격에 겨운 우리의 가요황제 남인수여!
들려주소서. 저 하늘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당신들의 잔치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를!
………
진정 듣고싶습니다.
2004년 4월 5일 가요황제를 흠모하는 팬 일동
*자료; 남인수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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