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우리 동지 남인수 아주 갔네.
빈 손으로 왔다 가네, 피눈물로 밟고 가네.
누구라 아니 가리, 구만 리 먼먼 길을
가시긴 가실지라도 어이 그리 바삐 가나?
정다운 님의 손길, 상냥하던 그 말소리
모진 병 가슴 안고 싸워 온 긴긴 세월
선-후배 한 자리에 모여 님 보내는 이 마당에
그리운 '낙화유수' 매디매디 눈물 솟네.
열 여덟 학생복에 '애수의 소야곡'은
옛사랑 불러 보는 눈물의 슬픈 가락
그 가락 퉁겨 주시던 박 선생은 계시는데
그 앞서 먼저 가다니 갈 길 그리 급하던가.
눈 오는 북쪽 벌판, 꽃 피는 남쪽 항구
삼천 리 방방곡곡 만주(滿洲)로 일본으로
무대로 레코드로 쏟아지던 박수 갈채
눈 감은 님 소식에 뉘 아니 서러우리---.
어릴 때 님이 놀던 비봉산(飛鳳山)에 달이 뜨고
촉석루(矗石樓) 강 기슭에 봄버들이 푸르를 때
남강(南江)의 어린 물새 님의 넋을 달래 주리
그렇게도 못 잊던 고향을 뉘와 함께 가실라나(=가시려나)?
꽃처럼 떨어지는 님의 향기 남아 있소.
연기처럼 사라져도 님의 이름 남아 있소.
꿈 많던 반평생(半平生)에 천(千)을 헤는 님의 노래
그 노래 부둥켜 안고 그리울 땐 부르리라.
찬란(燦爛)히 빛났었소, 님께서 쌓은 탑(塔)은
님 없는 빈 무대에 찬바람이 스쳐가오.
못 이룬 님의 뜻을 남은 우리 이루리니
눈 감고 고이 가시라, 지하에서 편히 쉬시라---.
---"(그 노래 그 사연) 가요 야화"<세광음악출판사 발행, 1987>에서
출처 : 설지선의 옛노래방
글쓴이 : 설지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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