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 조말선 흰 김 속에서 육수가 끓고 국자가 부딪치는 소음이 성명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을 한 솥에 넣고 끓인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에서 한 솥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동시에 놀라고 동시에 웃는다 동시에 각자의 시선을 찾아가서 동시에 표정을 돌려놓는다 (조말선 시집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밤과 국수 느닷없이 왕복 8시간 거리 출장이 잡혔다. 대개 그런 일정은 틈이 없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도 빠듯하지 않으려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둘렀는데도 간신히 제때에 도착했다. 일을 하다 보니 점심 식사를 걸렀다. 일을 마친 뒤에는 식욕이고 뭐고 싹 사라지고 얼른 돌아가 눕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줄행랑치는 사람처럼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제야 허기가 몰려왔다. 도착했을 땐,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