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 문정희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햇살마다 눈부신 리본이 달려 있겠는가 아침저녁 해무가 젖은 눈빛으로 걸어오겠는가 이 길이 선물이 아니라면 고요가 풀잎마다 맺히고 벌레들이 저희끼리 통하는 말로 흙더미를 들추어 풍요하게 먹고 자라겠는가 돌들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바람을 따라 일어서겠는가 (문정희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사소함 속의 기쁨 한껏 집중하여 모니터를 보고 있던 중이다. “안녕하세요?” 화창한 인사가 건네져 온다. 퍼뜩 고개를 들어보니, 편집자 S다. 화들짝 놀란 것은, 불과 한두 시간 전에 그와 업무 메일을 주고받았던 까닭이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놀라셨죠?” 하고 묻는다. 나는 부랴부랴 자리를 권하고 커피를 제안하고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