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뺄셈 - 김광규(金光圭·1941∼) [조선/ 2021-11-01] 뺄셈 - 김광규(金光圭·1941∼) 덧셈은 끝났다 밥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 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진을 들추어보는 것은 품위 없는 짓 찾았다가 잃어버리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녁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김광규 선생의 시선집에 집에 관한 시들이 많다. 서울로 이사한 직후에 읽어 그런지 ‘뺄셈’이나 ‘고향’ 같은 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절창은 4·19 세대의 내면 풍경을 노래한 ‘희미한 옛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