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언덕 - 노천명 (1912∼1957)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사뭇 곱기만 한데파라솔을 접듯이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어쩐 까닭이뇨보리밭엔 양귀비꽃이으스러지게 고운데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알겠다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 듣겠다 (…) 아카시아 꽃 못 본 지 한참 되었다. 세검정 골짜기에 울창한 아카시아 잔가지를 손으로 툭툭 건드려 꺾으며, 누구께 잎이 많이 달렸나? 친구와 내기를 하며 산길을 내려왔다. 아카시아 우거진 학창 시절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려 노천명의 ‘사슴의 노래’를 샀다.1958년 초판본을 그대로 인쇄한 표지가 멋스럽다. 여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