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가을 걱정 - 박지웅 [문화/ 2021-08-18] 가을 걱정 - 박지웅 그러고 보니 저것들이 다 그물이다 오리나무 서어나무 수양버들 모두 공중에 던져놓은 그물이다 빗방울과 흙을 넌지시 이겨 엮은 잔물결에서 건진 종소리마냥 부드러워 놀라는 새 하나 없는 그물이다 그 일이 대수롭지 않은 듯 그는 새를 꺼낸다 동박새 어치 황조롱이 할 것 없이 하나둘 바깥으로 날려 보낸다 - 박지웅 ‘아무도 믿지 않아 모두가 버린 이야기’(시집 ‘나비가면’) 입추가 뭐야. 묻는 아이가 있다. 이제 가을이란 뜻이야. 대답하는 엄마가 있다. 가을이 뭐야 아이가 묻는다. 잎들이 하나둘 빨개지고 노래지는 때야 엄마가 대답한다. 아이는 그게 뭐야, 하고는 깔깔댄다. 아직도 초록색인데, 나무들. 대화를 엿듣다가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