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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살수殺手의 정체 - 김수호 (1940~ )

설지선 2023. 6. 16. 11:43

 

 

살수殺手의 정체 - 김수호 (1940~ )

 

 

새봄의 기운 받으며

마른내의 바닥에서 뚝을 기어올라

머리끝까지 따라잡고

아무리 품이 넓어도 

기어히 덮고 마는 살수殺手

 

교수대 위로 천천히 올라

밧줄을 목에 걸고

한가닥 숨이 단풍처럼 떨어져도

가을 햇볕까지 가리며

겨울나기 마저 막는 잔혹함

 

앙상한 뼈대가 잡힐 때까지

씨눈 하나 없게

몇 년인들 어떤가

세상 끝까지 쫓아가 확인 사살하듯

숙살肅殺하는 피에 주린 끈기

 

아! 그 이름을 알지마는

스스로 밝히지도 

부르고 싶지도 않은 넝쿨, 그리고

숙주의 진액 한방울도

남김없이 빨아먹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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