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拔齒 - 김수호 (1940~ )
오복 중의 하나라는 치아 건강
왕창 다 뽑아내고 틀니를 해넣었다
몇 년 못살고 세상 뜬
풍치로 고생하던 한 죽마지우
복을 너무 쉽게 버린 게 탈이었는지
거의 전부를 임플란트 시술
심혈관 질환으로 개흉수술까지 받고
예후가 좋다는 동네 어르신
몽땅 버린 복을 정성껏 다시 심은
그 덕을 톡톡히 본 건 아닌지
어금니 뽑아 허전한 자리
혀끝으로 헤어 보니
제 뿌리 남은 게 모두 스물다섯
치약 상표처럼 20개가 80세까지 가려면
아직 여분이 다섯 개인 셈이네
복 버리는 거나 진배없는 발치
다시 심는 대가가 클밖에
승용차 한 대가 입속에 차고를 짓는다니
남은 것만 챙겨도 큰 복, 허나
세월이 너무 잘 씹혀 뒤탈은 없을지
(0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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