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들 - 장옥관
있다가 없어진 자리
어떤 질문을 얹어놓을까요
그 탐스러운 수국꽃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온다던 사람 온 적 없다는 걸
당신의 의자에 앉아
오지 않는 오후를 하염없이
반드시 오지 않아야 한다는
무논에 저절로 주저앉는
어린 벼 포기 건드리고 가는
저 속삭임
(장옥관 시집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모르는 것은 물어보라’. 진부하리만치 평범한 한 문장이 올해 나의 다짐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이러저러한 용기가 따라야 한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용기. 이를 고백할 용기. 조언을 수용해 바로잡는 데에도 필시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의 대충과 건성, 그로부터 비롯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질문하지 못하는 오만과 소심 탓이 분명한 터. 올해는 이를 바로잡으리라. 그러니 ‘질문하는 용기’가 필요하겠다.
새해의 다짐을 떠올리며 페인트 가게로 향했다. 방치해 두었던, 코팅이 벗겨진 서점의 바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필요한 것들을 사서 돌아올 때의 기분이란, 문제가 해결됐을 때 못지않은 뿌듯함이었다. 골치를 썩이던 정산 문제는 회계사 사무실을 통해 해결했고, 시들어가던 화분은 꽃집 사장님의 조언 덕분에 새 삶을 얻었다. 새로이 덧칠한 바닥 위에 놓인 생생한 화분을 보며 ‘이리 간단한 일을 고민했던 것인가’ 잠시 우쭐해지기도 했다. 아니다. 질문이란 고민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마련되는 것이다. 들여다본 자, 고심해본 자에게 주어지는 자격이며, 사유의 한 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태도로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대자연의 질서를 살피는 것이 시인의 소임이 아닌가. 문득, 올해의 다짐 한 번 참 잘 정했다 섣부른 자화자찬을 해보기도 하면서, 어서 다음 질문을 찾아야겠다, 주변을 두리번대었다. 이 급한 성미는 내년에 고쳐야겠다, 슬쩍 웃기도 했다.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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