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여름 글자 필요 없어 [문화/ 2022-07-20]
여름 글자 필요 없어 - 정재학
아들이 나를 닮아 수박을 좋아한다. 수박 때문에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 글자를 써달라고 한다. ‘여름’이라고 써주자 그림책을 가져와 무성한 푸른 잎을 거느린 나무 그림을 보여주며 여름 글자 필요 없어. 이게 여름이니까. 여름 생각하면 수박, 여름 생각하면 자두, 여름 생각하면 포도, 여름 생각하면 매미.
- (정재학 시집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아들이 나를 닮아 수박을 좋아한다. 수박 때문에 여름을 좋아한다. 여름 글자를 써달라고 한다. ‘여름’이라고 써주자 그림책을 가져와 무성한 푸른 잎을 거느린 나무 그림을 보여주며 여름 글자 필요 없어. 이게 여름이니까. 여름 생각하면 수박, 여름 생각하면 자두, 여름 생각하면 포도, 여름 생각하면 매미.
- (정재학 시집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여름 글자 필요 없어
저녁,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한 울음으로 채우는 아기가 있다. 떼를 쓰는 모양이다. 그런데 싫지 않다. 오랜만이라서 그렇구나. 아기의 울음소리가 흔치 않은 요즘이다. 뉴스에서 보기는 했었다.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그때는 그런가 싶었는데 이렇게 체감하게 되는 거였네.
그래도 내가 일하고 있는 서점에는 어린이들이 제법 찾아오는 편이다. 그들은 가만있질 못한다. 어린이들이 서점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면 다급해지는 것은 보호자들이다. 그들이 다칠까 불안하기는 내 쪽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늘 조용하기만 한 서점에 그와 같은 생기는 귀하다. 그뿐인가. 그들로부터 나는 보석 같은 생각을 얻는다. 책의 제목을 짚은 어린이가 묻는다. 엄마. 사랑이 뭐야? 엄마는 대답한다. 사랑은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는 게 뭔데. 엄마도, 엿듣고 있는 나도 고민하기 시작한다. 좋음이란 무엇인가. 짧은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어린이가 말해준다. 뭐긴 뭐야. 엄마지.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 그렇지. 무심결에 무릎을 치고 만다.
‘노키즈존’이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어린이들 입장을 원치 않는 가게들이 문 앞에 써놓은 문구 같은 거란다. 나름 고충이 있겠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소란스러운 존재로만 생각하는 것일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얻을 것 천지인데.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그래도 내가 일하고 있는 서점에는 어린이들이 제법 찾아오는 편이다. 그들은 가만있질 못한다. 어린이들이 서점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면 다급해지는 것은 보호자들이다. 그들이 다칠까 불안하기는 내 쪽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늘 조용하기만 한 서점에 그와 같은 생기는 귀하다. 그뿐인가. 그들로부터 나는 보석 같은 생각을 얻는다. 책의 제목을 짚은 어린이가 묻는다. 엄마. 사랑이 뭐야? 엄마는 대답한다. 사랑은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는 게 뭔데. 엄마도, 엿듣고 있는 나도 고민하기 시작한다. 좋음이란 무엇인가. 짧은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어린이가 말해준다. 뭐긴 뭐야. 엄마지.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 그렇지. 무심결에 무릎을 치고 만다.
‘노키즈존’이라는 게 있다고 들었다. 어린이들 입장을 원치 않는 가게들이 문 앞에 써놓은 문구 같은 거란다. 나름 고충이 있겠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소란스러운 존재로만 생각하는 것일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얻을 것 천지인데.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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