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4월의 노래 - 박목월(朴木月·1916~1979 ) [조선/ 2022-04-25]
4월의 노래 - 박목월(朴木月·1916~1979 )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4월의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다. 목련꽃 그늘을 지나, 이름 없는 항구를 지나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에서 멈추었다. 별생각 없이 따라 부르던 노래의 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파고든다.
6·25전쟁이 끝나 갈 무렵인 1953년, 잡지 ‘학생계’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래를 싣고자 박목월에게 작시를, 김순애에게 작곡을 부탁해 탄생한 노래.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된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다시 태어날 봄을 그리며, 박목월 선생이 어느 인터뷰에서 회고했듯이 “목련꽃 나무 밑 잔디에서 책을 읽는 여학생들의 인상적인 모습, 지루했던 피란살이와 구질스러운 생활에서 해방되어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이 동경 어린 가사에 담겨있다.
여성 작곡가 김순애 선생이 전쟁 통에 피아노도 없는 방에서 만든 곡을, 여학교 친구를 만나 같이 흥얼거렸다. ‘눈물 어린’ 무지개를 눈물 없이 부르며 이름 없는 항구를 동경하며 생명의 등불을 다시 밝혀든 오후.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6·25전쟁이 끝나 갈 무렵인 1953년, 잡지 ‘학생계’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래를 싣고자 박목월에게 작시를, 김순애에게 작곡을 부탁해 탄생한 노래.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된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다시 태어날 봄을 그리며, 박목월 선생이 어느 인터뷰에서 회고했듯이 “목련꽃 나무 밑 잔디에서 책을 읽는 여학생들의 인상적인 모습, 지루했던 피란살이와 구질스러운 생활에서 해방되어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이 동경 어린 가사에 담겨있다.
여성 작곡가 김순애 선생이 전쟁 통에 피아노도 없는 방에서 만든 곡을, 여학교 친구를 만나 같이 흥얼거렸다. ‘눈물 어린’ 무지개를 눈물 없이 부르며 이름 없는 항구를 동경하며 생명의 등불을 다시 밝혀든 오후.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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