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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가장 좋은 것 -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1812~1889) [조선/ 2022-04-18]

설지선 2022. 4. 18. 09:02

[최영미의 어떤 시] 가장 좋은 것 -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1812~1889) [조선/ 2022-04-18]



    /일러스트=박상훈


    가장 좋은 것 -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1812~1889)



    한 해의 모든 숨결과 꽃은

    벌꿀 한 봉지에 담겨있고

    광산의 모든 경이로움과 풍요는

    어느 보석의 중심에 박혀있고

    바다의 온갖 빛과 그늘은

    한 알의 진주 속에 맺혀있다:

    숨결과 꽃, 그늘과 빛, 놀라움과 풍요

    그리고-이것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진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믿음, 진주보다 더 순수한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진실,

    가장 순수한 믿음 -이 모든 것들이

    한 소녀의 키스 속에 있었다




영국의 여성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남편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마지막 시집에 수록된 “Summum Bonum”은 라틴어로 ‘가장 높은 선’을 뜻하는데 우리말로 ‘가장 좋은 것’이라 번역했다. 언제 누구를 생각하며 쓴 시일까? 로버트가 자신보다 여섯 살 연상인 병약한 엘리자베스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서른아홉 살 때 일이니, 시에 등장하는 ‘소녀’는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다른 여자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만해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시. 어떤 이들에겐 첫 키스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더러울 수도 있으니…. 보석보다 빛나는, 진주보다 순수한 청춘의 입맞춤을 경험한 이들은 행복하여라. 죽기 전에 “우주에서 가장 순수하고 빛나는” 무엇이 한 소녀의 입맞춤과 함께 내게 왔다고 고백한 로버트를 엘리자베스는 용서해야 할 것이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Summum Bonum (시 원문)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In the core of one pearl all the shade and the shine of the sea:

    Breath and bloom, shade and shine, wonder, wealth, and-how

    far above them-

    Truth, that’s brighter than gem,

    Trust, that’s purer than pearl,-

    Brightest truth, purest trust in the universe-all were for me

    In the kiss of one girl


    _ Robert Browning(1812~1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