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가장 좋은 것 -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1812~1889) [조선/ 2022-04-18]
가장 좋은 것 -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1812~1889)
한 해의 모든 숨결과 꽃은
벌꿀 한 봉지에 담겨있고
광산의 모든 경이로움과 풍요는
어느 보석의 중심에 박혀있고
바다의 온갖 빛과 그늘은
한 알의 진주 속에 맺혀있다:
숨결과 꽃, 그늘과 빛, 놀라움과 풍요
그리고-이것들보다 높은 곳에 있는-
진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믿음, 진주보다 더 순수한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진실,
가장 순수한 믿음 -이 모든 것들이
한 소녀의 키스 속에 있었다
영국의 여성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남편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마지막 시집에 수록된 “Summum Bonum”은 라틴어로 ‘가장 높은 선’을 뜻하는데 우리말로 ‘가장 좋은 것’이라 번역했다. 언제 누구를 생각하며 쓴 시일까? 로버트가 자신보다 여섯 살 연상인 병약한 엘리자베스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서른아홉 살 때 일이니, 시에 등장하는 ‘소녀’는 엘리자베스가 아니라 다른 여자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만해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시. 어떤 이들에겐 첫 키스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더러울 수도 있으니…. 보석보다 빛나는, 진주보다 순수한 청춘의 입맞춤을 경험한 이들은 행복하여라. 죽기 전에 “우주에서 가장 순수하고 빛나는” 무엇이 한 소녀의 입맞춤과 함께 내게 왔다고 고백한 로버트를 엘리자베스는 용서해야 할 것이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Summum Bonum (시 원문)
All the breath and the bloom of the year in the bag of one bee:
All the wonder and wealth of the mine in the heart of one gem:
In the core of one pearl all the shade and the shine of the sea:
Breath and bloom, shade and shine, wonder, wealth, and-how
far above them-
Truth, that’s brighter than gem,
Trust, that’s purer than pearl,-
Brightest truth, purest trust in the universe-all were for me
In the kiss of one girl
_ Robert Browning(1812~1889)
'2-2 김수호-조선가슴시 > 최영미♣어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영미의 어떤 시] [장미와 가시 - 김승희 (1952~) [조선/ 2022.05.02] (0) | 2022.05.02 |
---|---|
[최영미의 어떤 시] 4월의 노래 - 박목월(朴木月·1916~1979 ) [조선/ 2022-04-25] (0) | 2022.04.25 |
[최영미의 어떤 시] 봄 - 주병권 (1962~) [조선/ 2022-04-11] (0) | 2022.04.11 |
[최영미의 어떤 시] 절규 - 박영근 (1958~2006) [조선/ 2022-04-04] (0) | 2022.04.04 |
[최영미의 어떤 시] 서시(序詩) - 이성복(1952~) [조선/ 2022-03-28] (0) | 2022.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