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읽는 최영미의 어떤 시]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1923~2012) [조선/ 2022-01-31]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1923~2012)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 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최성은 옮김)
이 시에서 가장 멋진 표현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이다. 인류에 대한 참으로 멋진 비유 아닌가. 시를 읽으며 하얀 접시 위에 떨어진 두 개의 눈물같은 물방울을 상상했다. 혹은 지구 반대편에서 반짝이는 영롱한 물방울. 그토록 투명하고 아름다운 너의 눈동자. 언젠가 독일의 기차 안에서 내가 마주친 젊은 그녀, 방황하는 집시 같은 그녀의 다정한 눈빛을 나는 외면했었다. 연락처라도 주고받을 걸…아쉽다.
1996년 스웨덴 한림원은 폴란드의 여성시인 쉼보르스카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모차르트의 음악같이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고 그의 시 세계를 요약했다. 투명한 물방울처럼 명징한 언어, 어려운 비유나 상징을 동원하지 않고 삶과 죽음에 대하여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급소를 찌르는 시.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는 깨달음. 언젠가 우리가 죽기 때문에 사랑이 가능한 게 아닐까? 당신이 언젠가 내 앞에서 사라질 것이기에,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립고 아쉬움에 마음 조이며…마음이 타들어가지 않나.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