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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수호-동아행복시/나민애♧시깃든삶-15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꽃말 - 이문재(1959∼) [동아/ 2021-08-21]

설지선 2021. 8. 21. 08:59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꽃말 - 이문재(1959∼) [동아/ 2021-08-21]





    꽃말 - 이문재(1959∼)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만든 첫 마음을 생각한다

    꽃 속에 말을 넣어 건네는 마음

    꽃말은 못 보고 꽃만 보는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아예 꽃을 못 보는 마음

    마음 안에 꽃이 살지 않아

    꽃을 못 보는 그 마음도 생각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

    꽃말을 처음 만든 마음을 생각한다

    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마음들 사이에서 시든 꽃도 생각한다



꽃집과 시집의 공통점은? 그건 ‘꽃’이다. 모든 꽃집에는 꽃이 산다. 꽃집만큼 당연하지 않지만 시집에도 꽃이 산다. 어느 장르보다 꽃이 만발한 곳이 바로 시의 영역이다. 멀리는 신라의 ‘헌화가’도 꽃의 노래였고, 우리가 잘 아는 시 ‘진달래꽃’이나 ‘오랑캐꽃’도 꽃의 노래다. 시인만큼 꽃을 좋아하고, 들여다보고, 읊조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없다. 밥도 간식도 못 되는 것. 오래지 않아 시드는 것. 그렇지만 아름다운 것. 꽃이 가진 이 특성들 모두 시인들이 참 좋아하는 것들이다.

사람도 꽃이 되고 사랑도 꽃이 된다는데 오늘은 마음이 된 꽃을 가져왔다. 이문재 시인의 ‘꽃말’이라는 시다. 이 시는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물망초 꽃말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말이 주인공은 아니다. 꽃말을 만들었던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이 시의 진짜 주인공이다. 꽃만으로도 예쁜데, 꽃을 주는 행위만으로도 떨리는데,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다 담을 수 없었나 보다. 넘치는 마음은, 가서 닿고 싶은 마음은 꽃에 더해지는 꽃말이 되었다.

꽃도, 꽃말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말. 정작 시인이 하고 싶었던 ‘꽃의 말’은 바로 이런 거다. 마음속에 꽃이 있는 사람에게만 꽃이 보이는 법이다. 꽃집이나 시집에만 꽃이 살까. 우리 마음속이야말로 꽃이 사는 곳, 꽃이 살 만한 곳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