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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칼럼] 나라 무너뜨리는 '선택적 정의'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설지선 2020. 7. 25. 09:51

[윤평중 칼럼] 나라 무너뜨리는 '선택적 정의'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조선/ 2020.07.24]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문 정권 최악의 적폐는 '선택적 정의'라는 국정 철학



거대한 몰락의 징후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오만이 참사를 불렀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주요 아파트 값은 53% 폭등했다. 상승액 기준으론 1993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최대치라는 게 21일 경실련 발표다.('28년간 서울아파트 시세분석 결과 발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자산 격차도 천문학적으로 벌어졌다. 평균적 한국인에게 집이 갖는 의미를 돌아보면 일대 재앙이다. 해일 같은 경제 위기가 닥쳐도 문 정권은 굴욕적인 '북한 바라기'에 바쁘다.

문 정권의 폭주는 민생 파탄과 민주주의 파괴를 낳고 있다. 자칭 촛불 정권에서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기능을 무력화해 서민을 울리는 권력형 금융 범죄가 이어진다. 권력 비리를 없애는 대신 권력 비리 수사를 없애려는 자들이 민주주의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문 정권 최악의 적폐는 '선택적 정의'의 국정 철학 그 자체다. 모든 것을 패권적 진영 논리의 유불리로 재단해 사회윤리와 신뢰가 붕괴 직전이다. 문 정권 3년 난정(亂政)을 추동한 선택적 정의는 옳고 그름이 뒤죽박죽된 총체적 아노미(anomie·무규범 상태)를 불렀다. 무도한 정권의 내로남불 힘자랑이 한국 사회를 동물의 세계로 추락시켰다.

'박원순 사태'는 문 정권의 불치병인 선택적 정의를 온몸으로 폭로한다. '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 박원순'의 발자취가 창대함에도 그가 남긴 그림자는 치명적이다. 그가 이끈 시민운동의 권력화가 시민단체의 부패를 불렀기 때문이다. 박원순 사태는 절대 권력자가 된 시민운동가의 불행한 말로를 보여준다. 문 정권은 '박원순 미화'에만 매달려 피해자 인권과 성 평등을 유린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거부했다. 진영 논리를 앞세운 문 정권의 선택적 정의가 정의를 깨트려 공론장을 황폐화하고 있다.

선택적 정의는 결코 정의가 아니다. 정의를 자기편에만 유리하게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면 그건 정의이기는커녕 불의이자 중대 범죄다. 이게 바로 '정의가 강자의 이익'으로 변질되는 상황이다. 선택적 정의는 정의의 부정(否定)이며 정의를 빙자한 불법에 불과하다. 정의는 보편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의와 법의 여신 디케(로마신화의 Justitia)가 눈을 가린 채 저울과 칼을 들고 정의(Justice)를 실행하는 이유다. 선택적 정의는 공평무사(公平無私)를 정의와 법의 본질로 삼는 문명사회의 대(大)원칙과 정면충돌한다.

현대 정의론은 '사유체계의 제일 덕목이 진리이듯이 사회제도의 제일 덕목은 정의'라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문 정권이 악용한 선택적 정의는 정의의 보편성과 일관성을 거역해 한국 사회의 정신적 기초를 파괴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재수 비리, 조국·윤미향·박원순 사태, 채널A 사태의 배경인 권·언(權言) 유착에서 문 정권은 자기편의 부정(不正)과 범죄를 결사적으로 감싼다. 신악(新惡)이 구악(舊惡)을 능가한다. 권력을 업은 불의가 정의를 참칭하는 세상에선 상식을 가진 이들이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울화증과 무력감이 널리 퍼진 배경이다.

문재인 정권의 선택적 정의는 지식인의 균형 감각을 무너트린다. 한 사회가 쌀 한 톨도 생산 못 하는 비판적 지식인을 존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식인들이 말과 글로써 '검은 건 검고, 흰 건 희다'고 언표해 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정파성이 검은 걸 희다고 하고 흰 걸 검다고 할 정도로 타락할 때 성찰적 지성은 죽음을 맞는다. 지금은 어용 지식인들과 어용 언론의 선택적 정의가 사회적 흉기가 되어 법과 정의를 난자(亂刺)하는 암흑의 시대다.

그해 겨울, 한국 시민사회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에 분노하고 행동했다. 올해 여름,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 농단에 체념한 채 침묵한다. 공공성을 유린하는 문 정권을 보면서도 자기 진영의 선택적 정의에 함몰돼 제왕적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는 '문빠'들도 있다. 그러나 문 정권은 천하의 공기(公器)인 공화국을 '그들만의 나라'로 만들었다. 정의가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법의 공정성이 꺼풀만 남은 폐허에선 파시즘이 자라난다. 그게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어두운 얼굴이다. 끔찍한 역사의 반전(反轉)이 아닐 수 없다. 정의를 배신한 선택적 정의에 사로잡힌 '박빠'나 '문빠'는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다. 우리의 조국(祖國·patria)은 보편적 정의의 나라다. 선택적 정의를 부숴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