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인간은 꼭 일을 해야 하는가?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조선/ 2018.04.18]
인간은 꼭 일을 해야 할까? 높은 청년실업률과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질 일자리 걱정이 사회적 문제로 토론되고 있는 오늘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질문이겠다. 거기다 답도 너무나 뻔하지 않은가? 먹고살고 자식들 교육시키기 위해 일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고대 그리스인들은 두 가지 일을 구별했다. 생존에 필요한 고되고 힘든 노동(포노스·ponos)과 스스로를 교육시키고 공동체 운영에 참여하는 '프락시스(praxis)'.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등 모든 그리스 철학자들이 추구하던 삶은 포노스 없이 프락시스를 즐기는 여유로운 인생이었겠다. 하지만 그들의 철학에는 허점이 하나 있었다. 노예와 여성의 고된 노동 없이 그리스 엘리트들의 우아한 여가 생활은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반대로 육체적 노동과 노력으로 거대한 제국을 일으킨 로마인들에게 노동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리스 문명의 우아한 프락시스를 우러러보면서도 고된 노동의 도덕성을 높게 평가했다.
세상 모든 것은 결국 신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과정이라고 믿었던 중세기에 노동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신을 위해 인간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하고 일하는 것이다!
드디어 20세기 초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서유럽의 원동력은 노동 그 자체를 숭배하는 개신교 국가들의 노동윤리라고까지 주장하게 된다.
일 없는 삶을 추구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일 없는 삶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을 보며 얼마나 신기해할까? 인간은 당연히 먹고살아야 하고, 먹고살기 위해 대부분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 그 자체가 성스럽거나 숭배의 대상일 필요는 없다.
노동은 인간의 권리가 아니다. 인간의 진정한 권리인 행복을 위해 잠시 필요했던 도구일 뿐이다. 더는 필요 없는 일자리를 유지하고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빠른 기술 발전을 통해 드디어 일 없이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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