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흥남 철수' 피란민 구한 수송선 항해사 10년 만에 訪韓 - 전현석 기자 [조선/ 2018.04.06]
메러디스 빅토리號 벌리 스미스
문 대통령 부모도 이 배로 피란
文 "스미스씨와 동료 없었다면 오늘날 나도 없을 것" 감사 전해
▲ 위 사진은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조원이었던 벌리 스미스(오른쪽)씨와 그의 아내. 아래는 6·25 흥남 철수 작전 당시 피란민 1만4000여명을 실어 나른 미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국가보훈처 |
아내, 딸과 함께 크루즈 여행 중인 스미스씨는 이날 부산항에 도착했다. 한국 방문은 6·25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2008년 방문 이후 10년 만에 방한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풍요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나라가 6·25를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스미스씨는 1950년 12월 흥남 철수 작전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항해사로 일했다. 12월 23일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군수물자 25만t을 버리고 피란민 1만4000명을 태운 것은 '크리스마스 기적'으로 불린다. 그는 "68년 전이지만 한겨울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화물칸에 빼곡하게 웅크려 있던 북한 피란민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했다.
"피란민은 난생처음 본 외국인이 운전하는 배에 운명을 맡겼어요. 어디로 가는지 잘 알지도 못했고요. 피란민 모두 자유의 땅에 도착할 것이라는 믿음과 용기가 있었기에 기적이 일어났던 거겠지요."
스미스씨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 부모는 흥남 철수 작전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도로 피란을 왔다. 스미스씨는 이 같은 얘기를 듣고 문 대통령과 그의 모친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답장을 썼다. '스미스씨와 동료들이 없었다면 제 부모님은 거제도로 갈 수 없었을 것이고, 오늘날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다만 일정 때문에 스미스씨를 만나기 어렵고, 모친도 91세 고령이어서 환영 인사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보훈처에 예를 다해 스미스씨 일행을 맞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스미스씨는 6일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있는 흥남철수작전기념비 앞에서 고(故) 레오나드 라루 선장 등 세상을 떠난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조원을 위한 추모 행사에 참석한다. 이 행사에는 피란 도중 메러디스 빅토리호에서 출생한 '김치1' 손양영씨와 '김치5' 이경필씨도 올 예정이다. '김치'는 흥남에서 거제까지 2박3일간 배 위에서 태어난 아기 5명에게 미군이 붙인 애칭이다. 스미스씨는 "이제는 성인이 된 '김치 아기'들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정말 설렌다"고 했다.
그는 "라루 선장 등 이제는 고인이 된 메러디스 빅토리호 승조원들이 대한민국이 아직 우리를 잊지 않고 추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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