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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뻔뻔'이란 공통점 [조선/ 2017.08.03]

설지선 2017. 8. 3. 19:42

[만물상] '뻔뻔'이란 공통점 [조선/ 2017.08.03]

칼럼 관련 일러스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9년 전 한 시민 단체가 출범했다. 학원의 불법 운영을 감시하고, 학교 시험이 교과서 밖에서 나오는지까지 조사해 발표하는 등 자못 기세등등했다. 그들은 외고·자사고를 특권 학교라며 반대했다. 그런데 이 단체에서 활동해온 간부가 자기 아이는 서울 대치동 유명 학원에서 공부시키고 영재 학교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학부모들은 "우리가 낸 강연료로 아이 학원비 댄 거 아니냐"며 기막혀하고 있다.

▶그 간부가 SNS에 글을 올렸다. "사교육이 필요하면 시켜도 좋다고 생각했고 딱 그만큼만 시켰다. 덕분에 대치동 교육 방식의 실체에 대해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교육 없는 세상' 대표는 "잘못된 제도를 비판하는 것과 그 제도 속에서 사는 시민들 정죄(定罪)하는 것은 분리해야 한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얘기를 했다.

▶특목고·자사고 없애겠다는 좌파 교육감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정작 자기 자녀들은 특목고·자사고에 보낸 사실이 드러난 게 바로 엊그제다. 비난이 잇따르자 그들은 "그땐 고교 체계 잘 몰랐다"(조희연 서울교육감) "나의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해 양보했다"(조국 민정수석)고 했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외고가 그렇게 운영되는 걸 알았다면 안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예부터 말만 번지르르하고 행동이 따로 노는 걸 표리부동이요, 위선이라고 했다. 보통은 위선이 드러나면 고개를 못 든다. 그런데 이들은 '뭐, 잘못됐네' 하는 식이다. 한둘이 아니라 공통적 특징이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저질 성(性) 의식이 논란 되자 여권 여기저기서 '탁현민 구하기'에 나섰다. 어떤 이는 "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전술적 타깃으로 탁의 저술이 문제 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번에 물러난 '사교육 없는 세상' 간부도 "현 정부 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분들이 저를 경계했나 봅니다"라고 썼다. 허물이 드러나면 엉뚱하게 음모론으로 맞받아치는 치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정의는 자기가 독점하고 있으니 자기를 비판하는 것은 불의(不義)요, 음모라는 논리다. 자신의 표절은 괜찮고 남의 표절은 절대 안 된다는 식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영국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이 쓴 소설에 '미혼모의 변명'이란 말이 나온다. 아무리 해봤자 통하지 않는 하나 마나 한 변명을 그렇게 빗댄다. 사교육 받을 수 있고, 특목고 갈 수 있다. 한때 잘못된 글 쓰고 논문 표절했을 수도 있다. 고개를 숙이고 책임을 지면 될 것을,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하고 있으니 사람들 속이 더 끓는다. [안석배 논설위원]